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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부·보수파 무마 위한 「카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카터」대통령이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나면 전술핵무기를 사용할지도 모른다고 선언한 것은 철군문제에 대한 한국의 반응을 「하비브」차관일행에게서 보고 받은 결과라고 정통한 소식통이 30일 말했다. 소식통에 의하면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지가 「카터」대통령과 단독「인터뷰」를 한 것은 서울의 철군협의가 시작된 직후인데 핵무기 사용여부에 관한 「카터」대통령의 대답에는 「하비브」차관과 「브라운」장군의 1차 보고와 건의가 강력히 반영됐다고 한다.
「하비브」차관과 「브라운」장군의 건의라는 것은 핵무기사용도 불사하겠다는 내용까지 포함하는 「카터」대통령의 공약확인 발언이라고 소식통은 말했다.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지는 일단「인터뷰」를 한 뒤에는 「인터뷰」전문을 「인터뷰」당사자에게 보내어 보충할 것은 보충하고 고칠 것은 고치도록 하는 것이 관례인데 이번「카터」「인터뷰」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인터뷰」원고를 받은 「카터」대통령은 내용을 검토하고, 고치고, 보충한 뒤 지난 27일 동사로 돌려보냈다.
그때까지는 서울의 협의가 끝났고 25일 한국고위소식통이 한국이 핵무기를 생산할 수 있다고 말한 뒤이다.
「카터」대통령은 한국부분에 관한 당초의 답변을 부분적으로 수정했다고 소식통이 말했다.
「카터」대통령은 전술 핵무기의 사용만 선언한 것이 아니라 「유럽」이나 한국 같은데서 전쟁이 일어나면 경우에 따라서는 미국의 막강한 전략무기와 전술핵무기가 공격받은 우방국의 재래식 군사력과 합쳐 반격작전을 펼 것이라고 말하여 한국의 경우 같으면 「괌」도의 B-52 전략폭격기가 동원될 것임을 강력히 암시했다.
「카터」대통령이 지난주의 기자회견과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에 대한 방위공약을 재삼 강경히 다짐하고 소련에 미국의 지상군철수를 오해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은 말하자면 「싱글러브·쇼크」의 결과로 해석된다.
「카터」대통령의 철군정책이 확고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군부와 의회내의 논쟁은 앞으로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의회 쪽이 대통령의 중요정책 결정과정에서 소외 당한데서 오는 반발의 성격이 강하다면 군부의 반발은 철군자체가 한국과 동북아의 현상유지에 불리하다는 입장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군부 지도자들이 철군지지를 위해 얼마나 강력하게 발언하느냐가 이 논쟁의 열쇠가 될 것이다.
「싱글러브」사건은 군부와 보수파 정치인들의 주한미군 철수반대운동에 불을 질렀다.
지난주 하원군사위의 「싱글러브」청문회를 신호탄으로 의회의 보수파와 공화당은 철군문제를 가지고 「카터」공격을 시작하여 철군의 명분을 대라고 추궁하고있다.
오는 6월6일 의회가 현충일 휴가에서 돌아오면 잇따라 철군비판 성명이 발표되고 상원군사위원회와 하원군사위원회가 「밴스」국무장관·「하비브」국무차관·「해럴드·브라운」국방장관·「조지·브라운」합참의장·「베시」주한 미군사령관 등을 불러서 철군정책을 따질 참이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카터」대통령에게는 막중한 정치 압력이 된다.
따라서 「카터」의 핵무기사용을 서울 측 압력의 결과로 볼 것인가 아니면 「싱글러브」사건의 충격으로 발단한 군부와 보수파의 반발을 무마키 위한 것인가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를 수가 있지만 아마도 양쪽 모두의 작용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서울협의의 작용이라고 볼 수 있는 증거를 들자면 「하비브」일행의 서울체재 중에 서울의 고위관리가 미국기자들에게 흘린 한국의 핵무장 가능성을 들 수 있다.
「카터」쪽에서는 핵무기 확산이라면 질색을 하는 입장이라 『우리도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서울의 암시를 전술핵무기 사용선언으로 막아보자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
그러니까 「카터」의 선언은 남북한 양쪽을 향한 선언으로 보는 것이 옳겠다. 「카터」는 한국에 전술핵무기를 일부나마 계속 남겨둘 것인가를 분명히 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카터」는 『서 태평양과 「유럽」지역에 핵무기가 배치되어 있는 이상』이라는 표현을 썼다. 그것은 한국에 배치된 전술핵무기철수를 전제로 하는 말같이 들린다.
「카터」대통령이 중공과 소련에도 주한미군 철수를 통고하고 미국은 한국에 계속 군사적·정치적 공약을 가지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는 사실은 중공과 소련이 철군과 관련하여 북괴를 견제하겠다는 언질을 미국에 주었다는 의미 같다.
「카터」대통령은 말하자면 북경과 「모스크바」의 귀와 입을 빌어서 평양에 철군의 의도를 오산하지 말라고 경고했고 「뉴질랜드」와 「오스트레일리아」를 비롯한 「아시아」우방들과 철군을 협의했다는 「카터」대통령의 발언은 주한 미군철수를 미국의 태평양군사전략의 테두리 안에서 진행하여 「아시아」포기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카터」대통령은 한국을 설득하고 일본을 안심시키고 미국 내 군부와 의회의 보수파를 무마하기 위해 마지막「카드」까지 까뒤집은 셈이다.
그것이 6월초에 시작될 의회의 조직적인 반발을 예방할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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