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병>(27)-「맛있는 음식」이 주범…치아의 부정 교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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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문학의 발전은 음식의 변천과 밀접한 관계에 있다. 찬란한 문화를 꽃피우고 이를 사랑하는 민족일수록 음식도 화려하고 그 가지 수도 다양하다. 그것은 건강하고 윤택한 생활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러나 음식이 좀 더 부드러워지고 영양가가 풍부해졌다고 해서 반드시 인간에게 좋은 것만은 아닌 듯 싶다. 고혈압·당뇨병·동맥경화증·비만증 등 이른바 성인병의 급증은 바로 음식의 현대화에 기인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지 않은가.
음식의 현대화는 치과에서도 현대 병을 낳고 있다. 그 대표 급이 부정교합. 위아래에 나열된 치아들이 서로 어긋나서 음식을 제대로 씹기 어려운 상태다.
우리 나라에서는 드물게 치과교정이 전문인 김일봉 박사(김일봉 치과 교정연구소 소장)는 원시인 두개골 조사결과 원시인들에게는 부정교합을 거의 발견할 수 없다고 말한다.
질진 음식이나 조개류를 주식으로 해야 했기 때문에 음식을 씹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원시인들에게 부정교합이 있을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화의 발전으로 음식들이 부드러워지고 영양가가 풍부해지면서 치아의 씹는 역할이 감소되어 치아는 마모되지 않은 채 그대로 있는 반면 턱 뼈는 차차 위축되었기 때문에 위 아래치아들이 서로 어긋나게 돼있다고 김 박사는 설명한다.
그것은 적극적인 치료대상이 되는 부정교합의 인구수를 비교해 보아도 짐작이 간다. 비교적 질긴 음식을 먹는 우리 나라의 경우 전채 인구의 약30%로 추산되는데 구미는 무려 50%이상이나 된다.
또 한가지 이유가 있다. 설탕의 소비 증가와 비례해서 젖니가 쉽게 썩어 일찍 빠져 버리기 때문이다. 김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젖니는 씹는 일 이외에 영구치가 제대로 제자리에 잘 나오도록 길잡이 노릇을 하는데 일찍 썩어 빠져버리면 앞으로 나올 영구치가 방향을 잃고 엉뚱한 곳으로 나오기 때문에 부정교합이 된다는 것이다.
어떻든 부정교합은 충치·치주 질환과 함께 치과의 3대 질환으로 꼽힌다.
치열이 고르지 못하다든지. 덧니가 났다든지, 앞니가 뻗었다든지, 옥니가 났다든지, 치아사이가 벌어졌다든지 해서 부정교합이 심한 경우는 반드시 치료교정술 및 예방교정술로 바로잡아야 한다. 요즈음에는 교정술이 발달해서 아무리 못생긴 치아라도 감쪽같이 예쁘게 교정이 가능하다는 김 박사의 말이다.
치아교정 시기는 어느 때가 좋은가. 김 박사는 영구치가 다나온 10대 사춘기가 가장 좋고 늦어도 20대까지는 조심성 있는 치료교정으로써 보기 흉한 치아를 예쁘장하게 고칠 수 있다고 말한다. <김영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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