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다배당과 사내유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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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기업의 성과는 결국 배당의 형태로 나타나지만 어떤 요인으로든 그것이 일정기간의 실질성과와 무관하게 이루어진다면 그 기업은 물론, 장기적으로는 투자자에게도 손실을 끼치게 마련이다.
특히 자본축적의 심화기에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은 더욱 바람직하지 못하다. 상장법인의 18%가 아직도 무리한 배당 압력 때문에 결산을 분식하고 있는 현실은 단순한 자본·시장육성의 관점에서만 볼게 아니라 산업의 고도화나 합리화라는 장기적 안목에서 깊이 생각해야 할 문제를 안고 있다.
분식결산은 기업성과의 왜곡에 따른 투자자의 피해도 문제려니와 그보다는 기업의 여건이 아직도 과다한 배당을 강요하고 있다는 사실자체가 더욱 큰 문제다. 이런 여건의 개선이 먼저 이루어지지 않는 한 자본축적의 심화는 거의 기대하기 어렵다. 기업금융의 「채널」이 아무리 다변화된다해도 제도금융이나 자본시장을 통한 조달능력에는 발전단계에 상응하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4차 계획에서 기업저축의 비중을 획기적으로 높여 잡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연유에서가 아닌가. 이 기간 중 총 투자의 50%라는 높은 비중을 기업저축에 의존하려는 계획이라면 투자 함수와 연관된 제반 변수를 근원적으로 재조정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한다.
기업저축의 가장 큰 장애요인이 되고 있는 과다한 배당압력은 우선 공금리가 지나치게 높은데서 비롯된다. 공금리의 강세는 결국 시장금리가 그만큼 높기 때문이므로 원론적으로는 「인플레」의 수속이 가장 근원적인 접근 책이랄 수밖에 없다. 4차 계획상의 내자조달에 관건이 되고 있는 「인플레」율은 성장목표의 달성여부와 관계없이 중요한 뜻을 지니고 있음은 반복하여 강조할만한 가치가 있다.
반면 투자수익률과 관련하여 현재의 공금리가 과연 적절하며 나아가서 기업의 투자유인을 제고시킬만한가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많은 것 같다. 특히 경기국면이 저조한 시점에서 투자환기의 필요성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금리수준자체가 하나의 독립된 정책변수는 아니라 해도 앞으로는 점차 그 매개 변수적 기능이 높아지는 추세에 있다. 정부에서도 정책여건의 전반적인 변화에 발맞추어 금리체계에 대한 경비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금리체계의 경비는 일의 적인 것이 아니라 다원화된 내자동원「채널」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향에서 종합 조정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역시 자본이익률과의 장기적 연관에서 찾아져야하므로 금리이외의 정책수단도 함께 정비되지 않으면 안될 것이다. 이점 자본시장의 정상화가 중요한 뜻을 가지게 되므로 운영방식을 더욱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일천한 역사 때문에 아직도 자본시장이 안정된 기반을 갖지 못한 현실은 어쩔 수 없으나 공신력과 관련한 제반 여건은 너무도 불비하다.
증권관리위원회의 발족이후 단계적으로 착실한 개편이 이루어지고 있음은 다행스러우나 상장법인의 관리와 공시제도의 철저화를 위한 작업은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는 투자자보호라는 당장의 공리 이전에 자본시장의 장기발전과 연관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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