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일 접합부 초음파 검사 대신 육안 점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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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메트로가 시청역 등에 에스컬레이터 44대를 설치하면서 모터·감속기 등 주요 부품의 품질보증서를 확인하지 않고 준공 허가를 내준 것으로 확인됐다. 또 낡은 레일을 새 것으로 교체하면서 접합부에 대한 초음파 검사 대신 육안으로 점검을 하는 등 안전 규정을 무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지난해 4월 이 같은 내용의 서울메트로에 대한 자체 감사보고서를 내놓았다. 감사보고서엔 자칫하면 열차 탈선 등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서울메트로의 ‘안전불감증’ 실태가 담겨 있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서울메트로는 2010년 2월부터 2012년 9월까지 예산 36억원을 들여 총 44대의 에스컬레이터를 설치했다. 시청역(1, 2호선)과 사당역(2, 4호선)·경복궁역(3호선) 등 승객이 몰리는 역사가 포함됐다. 공사 업체는 모터·감속기·핸드레일 등 주요 부품의 품질보증서를 제출해야 했다. 하지만 서울메트로는 이를 확인하지 않고 준공 허가를 내줬다. 서울메트로는 2012년 12월 27일 2호선 을지로3가~신당역 레일 교체 검사를 하면서 한 시간 동안 128곳을 점검했다. 접합부 한 곳당 점검 시간은 28초에 불과했다. 서울메트로 ‘레일용접표준예규’에 따르면 안전에 직결되는 레일 용접부는 초음파 검사를 해야 하며 용접부 한 곳당 3분 정도 소요된다.

 철도 운전 및 관제 업무 종사자는 2012년 말까지는 매년 분기마다 6시간 이상, 기타 철도 종사자는 분기당 3시간 이상 철도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이수해야 했다. ‘철도안전법 시행규칙’에 따라서다. 서울메트로는 2010년부터 매년 6억원 이상을 안전교육훈련비 명목으로 썼다. 안전 교육에 따른 훈련비로 1인당 23만8000원(2012년)을 지급했다. 전자신분증을 통해 직원들의 참석 여부는 확인했다. 그러나 종료 시에는 육안으로만 확인했다. 결국 ‘건성건성 교육’을 하다 감사에서 지적을 받았다. 그나마 철도 종사자의 안전교육 의무화 규정은 2012년 말 철도안전법이 개정되면서 삭제됐다.

 화재 발생 시 안전과 직결된 소방 시설에 대한 감독도 소홀히 했다. 서울메트로는 2012년 관내 120개 역사에 대한 소방시설 보수 공사를 진행했다. 3곳의 소방시설 전문보수 업체에 34억원을 주고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소방업체는 일부 역사의 연기 확산 방지용 제연설비가 고장나 있었음에도 모두 정상인 것으로 보고했고 서울메트로는 준공을 허가했다. 하지만 이후 30개 역사의 제연설비가 고장난 것으로 드러났었다.

강기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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