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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5 내외전우들의 재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한국전에서 우리를 도왔던 옛 전우들인 각국 재향군인회 대표 76명이 한국재향군인회 창립 4반세기를 기념하기 위해 우리 나라를 방문중이다. 이들 대부분이 한국전 참전용사들이어서 오는 사람이나, 맞는 사람이나 모두 전우로서의 감회가 새롭다.
그들이 지켜주었던 그 폐허의 변한 모습을 보게된 노병들의 놀라움은 적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된 우리의 기쁨 또한 그에 못지 않다.
한국을 다시 찾게된 이번 기회에 그들의 희생이 보람찬 것이었구나 하는 자부심을 노병들이 새삼 느끼게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때 이들이 이 나라에 와 가진 신고를 겪고 생명까지 버린 것은 인류의 고매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였다. 그 이상은 다름 아닌 공산침략으로부터 자유와 평화를 수호하자는 것이었다. 세계의 평화와 안전의 유지를 위한 「유엔」의 경찰행동이 비록 한국전에만 한정되었던 것은 아니지만, 참여범위나 규모로 보아 한국전에서의「유엔」평화유지군의 역할은 전무후무한 것이었다. 당시 「유엔」회원국 50여 개 국 중 21개국이 참여한 그야말로 범 국제사회의 성전이었던 것이다.
지상군 7개 사단을 비롯해 육·해·공군을 대거 동원한 미국 말고도 영국 등 15개국에서 일시에 최고 4만4천명의 군대가 한국에서 싸웠다.
영국 「캐나다」호주 태국은 육해공 3군을 파견했고, 「프랑스」화란「뉴질랜드」「콜롬비아」는 육·해군을,「그리스」는 육·공군을 참전시켰다. 또 「터키」「필리핀」「벨기에」「이디오피아」「룩셈부르크」는 육군의 보병부대를, 남아연방은 전투기중대를 보내왔다. 그밖에 「덴마크」「스웨덴」「노르웨이」「이탈리아」인도가 병원선 등 의료지원에 나섰던 것이다.
직접 참전했던 16개국 장병은 어느 한 나라도 예외 없이 이 산하에서 고귀한 생명을 바쳤다. 최고 미국의 3만3천6백29명에서부터 최저 남아의 20명에 이르기까지 모두 3만6천7백62명의 전사자를 냈다. 뿐만 아니라 전사자의 3배가 넘는 11만5천1백17명이 부상한 것으로 전사에 기록되어 있다. 부상자 중에는 지금까지도 그 상처를 지니고 고난의 생을 살아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들의 희생은 모두 우리 국민들에겐 정신적인 빚임에 틀림없다. 그 빚을 갚는 길은 기본적으로 그들이 피 흘려 지키려 했던 이상, 즉 자유와 평화를 이 땅에서 값지게 가꿔나가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한반도의 현실은 아직도 그 이상에는 크게 못 미치고 있는 게 사실이다. 휴전이래 지난 24년간 한반도에선 불안한 평화가 지속되었을 뿐 그 평화구조가 뿌리를 내리지 못 했다. 북괴의 끊임없는 적화침략야욕이 바로 그 불안의 바탕이었다. 이에 더해 최근 미행정부의 주한미군철수 방침공표로 새로운 변화요인이 추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그 이상을 실현하려면 이제는 우리의 국력을 기르고 국제적인 연대를 도모하는데 더 한층 힘을 기울이는 수밖에 을 것 같다. 그렇게 국제연대를 강화함에 있어 우리에 대한 관심이 남다른 이들 참전용사들이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은 상당히 크다.
우리가 하기에 따라선 이들은 모두 친한 인사가 될 바탕이 되어 있는 만큼 이들을 거점으로 한 대외활동에 보다 큰 관심을 기울여야 되겠다.
모처럼 다시 이 땅을 찾아준 참전용사들에게 뜨거운 감사를 보내면서 그들이 지키려했던 자유와 평화를 이 땅에 정착시켜야 할 우리의 책임을 다시 한번 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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