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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공상 과학 소설가가 내다본 「악몽 같은 가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미 국민의 소비 「패턴」을 변형시킬 것으로 예상되는 「카터」대통령의 「에너지」교서는『파멸이 지금도 미국을 엄습하고 있다』고 경고할 정도로 「에너지」절약의 생활화를 강조하고 있다. 석탄·석유를 대체할 새로운 「에너지」원이 발견되지 않을 경우 앞으로 20년 후의 세계는 어떻게 될까? 이 같은 의문에 대해 「보스턴」의대의 생화학 교수이자 『철강 도시』『은하제국 「시리즈」』등 과학소설(SF)의 저자인「아이작·애시모프」(57)씨는 1997년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악몽 같은 가상을 미 「타임」지에 기고했다. 다음은 그 요약.
지금은 1997년.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다. 보통 때 같으면 걸어서 출근하는 사람이 많겠지만 오늘은 특히 비를 피해 저하철로 출근하는 사람들로 정거장은 초만원이다. 현재 10세 가량 된 아이들에게는 「버스」란 사진에서나 볼 수 있는 것,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지하철이 너무 복잡해 걷는 사람도 상당수다. 사람들은 10년 전만 해도 멋있는 사무실이었지만 지금은 그것을 부숴 철강을 뽑아내고 부분품을 다시 사용하기 위해 분해하는 하나의 광산처럼 돼버린 「빌딩」옆을 지나 출근을 서두르고 있다.
소방·경찰 등 긴급용을 제외하면 자동차가 사라질 정도로 휘발유가 귀하기 때문에 배급이 실시되고 있지만 3개월을 평균으로 배급량이 줄고 있다. 연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희생을 똑같이』라는 표어를 주유소에 붙여놓고 있는 것도 현대인에게는 당연히 받아들여지고 있다.
자동차가 없어지자 전 세계의 사람들에게는 『다리가 왕』이라는 의식이 보편화됐다.
전기가 귀한 1997년은 「에어컨」은 물론 무용지물이 됐다. 대신 아무리 더운 날이라도 사람들은 집안에 있을 경우 나무 밑의 그늘을 찾는 것이 최선의 피서 법으로 누구나 이용하고 있다. 기껏해야 부채가 사용되는 정도.
그러나 더위는 별문제가 아니다. 추위가 혹독한 겨울이 되면 누구나 두터운 「스웨터」를 입고 웅크리고 있어야한다.
방안을 미적지근하게나마 할 수 있는 연로는 저녁보다 새벽녘을 위해 아껴야만 하기 때문이다. TV는 하루3시간뿐. 영화도 이틀에 한번씩만 상영하도록 규제 받고 있다.
교외 주민이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음식 등의 생활용품 조달을 위해 조합을 구성하는 일.
조합원들은 교대로 매일 같이 큰길가로 나가 손수레를 이용, 생활용품을 배급받은 후 다시 집집마다 분배를 해준다. 그러나 눈이 많이 와서 길이 막히면 극심한 식량난에 부닥친다. 냉장고가 없기 때문에 음식물의 장기 보관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군대는 물론 오래 전에 해산했다. 미소가 몇 대의「탱크」·비행기·배를 가지고 있지만 거국적인 반대로 가동시킬 엄두도 내지 못 하고있다.
인구는 더 이상 늘지 않음에도 불구, 식량은 엄청나게 부족하다. 사람들은 전에는 석유·휘발유 등을 이용, 육체노동을 덜했기 때문에 많은 음식을 먹지 않아도 됐다. 그러나 3∼4㎞의 거리는 보통 걸어야하는 현대인에게는 식량이 절대적으로 많이 필요하다.
더구나 식량을 팔아 황금 값 같은 석탄이나 석유를 사들여야 되기 때문에 식량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식량난도 20여 년 전에 선진국이었던 미국이나 「유럽」은 좀 나은 편.. 「아시아」·「아프리카」의 자원이 없는 많은 나라에서는 아사자가 속출하고 있다는 여행자들의 말이다.
그렇다면 이 같은 「에너지」빈곤의 악순환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오늘 아침 신문에 난 한 미래학자는 세계인구가 10억으로 감소할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10억 인구란 석탄·석유가 인류에게 이용되기 전인 1800년 이전과 똑같은 세계인구다. 10억 인구는 지구가 석탄·석유 없이 먹여 살릴 수 있었던 최대한계라는 것이 이 전문가의 주장이다. <미 「타임」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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