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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경영자(동서양의 사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어느 나라의 기업이나 대개 사시라는게 있다. 그 기업의 지향하는 목표나 경영이념을 요약, 의결한 것이다.
이 사시가 동·서양간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 서양의 사시는 이윤추구를 명확히, 또 떳떳하게 내세우는데 반해 동양은 다소 관념적·도덕적인 것이 많다. 서양에선 기업에 대해 이윤추구를 위한 조직으로서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게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데 비해 동양에선 기업을 일종의 공익적인 것으로 보는 경향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동양선 도덕적>
세계 최대의 전기「메이커」인 미「제너럴·일렉트릭」사는 10개조의 경영 이념을 내세우고 있는데 제1조에 전기를 다각적·발전적으로 공급할 것과 이익을 올리는 것을 내세우고 있다. 제2조엔 모든 사업분야에서 신지식을 개발·흡수하여 인류에 유용한 제품을 앞장서 만들어낼 것을 들고 있다. 또 종업원의 창의력을 고취하고 일할 보람을 느끼게 하는데도 매우 신경을 쓰고있다.
사시 6조엔『보람있는 일·좋은 대우·일에 대한 만족감·승진에 대한 기회를 항상 고취한다』고 못박고 있다. 그리고 제10조에 회사의 사회적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에 있는「리버사이드·시멘트」도 제1조에 이익을 올려 주주들에게 배당하고 회사의 확장·발전을 도모하며 다른 회사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렇게 구 미의 기업에선 이익 제고가 경영자의 절대적 책임이란 것이 뿌리깊이 인식되어있다. 기업과 사회와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으므로 기업이 충분한 이익을 못 올리면 사회의 손실이 되고 기업이 기술혁신을 게을리 하면 사회의 빈곤으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이윤개념 오해>
물론 기업이 공정하고 적법한 기업활동을 통하여 이익을 올린다는 것을 근원적인 밑바탕으로 삼고 있으므로 기업도 이윤추구에 그만큼 떳떳하고 사회도 너그럽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동양에선 이윤이란 것이 어딘지 별로 깨끗지 못한 것이란 생각이 짙다.
동양에서 경제가 가장 앞선 일본에서조차도 이윤확보가 기업 본래의 목적이란 인식이 침투되기 시작한 것은 몇년 안 된다.
그러나 최근 들어선 기업이윤이 점차 핵심적인 의의를 지니게 되었다. 즉 전후 고도성장기에 있어선 기업은 이윤보다도 시설확장에 주안을 두었다. 이익이 나건 말건 기업은 시설과 매상을 늘리면 그만이었다. 정부도 산업정책상 이런 풍조를 부채질했다. 돈은 은행에서, 기술은 외국에서, 인가는 정부에서 받았기 때문에 경영자는 상업「베이스」에서 독자적인 판단을 못하고 정부의 정책에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경제의 확대 및 고도화와 개방 경제로의 이행에 따라 기업의 이런「무드」는 더 지속될 수 없게 되었다. 벌써 일본에선 일본 열학 등 몇 개의 매상중심 업체가 도산했다. 매상주의에 한계가 온 것이다. 기업경영에 있어서 합리성을 경시한 풍조가 기업체질의 약화를 초래하고, 이는 국제화 시대에 있어 일본경제의 취약점으로 나타난 것이다. 일본이 선진공업국이면서도 대담한 개방체제를 꺼리는 것도 일본기업들의 구조적 허약성 때문이란 해석도 있다.
경영자가 기업활동에 관한 모든 판단을 하게 될 때 기업의 이윤개념은 정확히 부각되고 이것이 국제 경쟁력의 강화로 연결되는 것이다.
때문에 일본에선 최근 기업이윤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캠페인」이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기업 사시 1조에 이윤추구를 떳떳이 내세우자는 것이다. <특별취재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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