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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네덜란드」의 꽃…년 7억불이나 수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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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헤이그」에서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길은 마치 현란한 꽃의 융단 위를 달리는 기분이다.
깨끗이 포장된 길 양편엔 희고 붉고 노란 극채색의 「튤립」과 「히아신드」 밭이 한없이 뻗쳐있다. 붉은 벽돌집, 푸른 하늘, 녹색의 가로수가 기막힌 조화를 이룬다.
목초지엔 젖소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고 있다. 바둑판 모양의 수로가 온 들에 교차되어 있고 드문드문 풍차가 네 나래를 펴고 조는 듯이 서 있다.
이 목가적인 나라가 1평방km당 4백21명이라는 세계수위권의 인구밀도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가도 가도 산이 보이지 않는다. 구릉과 목장·꽃밭만이 계속 이어있다.

<끝없이 뻗친 꽃의 융단>
「네덜란드」의 꽃밭은 사치나 풍류가 아니라 삶의 지혜다. 좁은 땅을 한치라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꽃밭을 만든 것이다.
「튤립」이나 「히아신드」는 「네덜란드」의 전략산업이며 「달러·박스」다. 「네덜란드」가 1년에 꽃수출로 벌어들이는 외화만도 7억「달러」 가까이 된다.
「네덜란드」의 꽃들은 「파리」의 「살롱」에, 「런던」의 「레스토랑」에, 「뉴요크」의 「호텔」에 장식된다.
물론 「네덜란드」의 붉은 벽돌집, 유난히 큰 창에도 한 두개의 화분이 반드시 놓여 있다.
「네덜란드」의 남쪽은 점토분이 강해 농경지로 적합하다. 그러나 북쪽은 사질이 많은 사구가 산재해 있다. 북해의 거센 바람까지 겹쳐 농경지론 쓸모가 없다. 근면한 「네덜란드」인들은 이 사구를 이용할 궁리 끝에 「튤립」과 「히아신드」 재배라는 황금의 열쇠를 발견한 것이다.
「네덜란드」의 북부지방은 위도에 비해선 「멕시코」 난류와 편서풍 때문에 기후가 비교적 온화하다. 바닷가에 우선 제방과 방풍림을 만들고 그 안쪽에 목초를 심었다. 또 수로를 내고 지하수를 뽑아 올려 불모의 박토를 꽃의 「벨트」로 만든 것이다. 사구 밑엔 지하수가 괴어있어 목초와 꽃의 젖줄이 되고 있다. 사구는 북쪽 원예의 생명원이라 하여 극진히 보호된다. 허가 없인 들어갈 수도 없다.

<지하수 뽑아올린 고투>
꽃의 「벨트」를 만들기 위한 「네덜란드」 사람의 고투는 정말 눈물겨운 것이다. 북해의 황파와 싸우며 제방을 만들었고 방풍림을 어린아이 키우듯이 키웠다. 불모의 땅을 개간하는 것은 풍요로 통하는 길이라는 공동의식 아래 범국민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마침 2차대전 후 동인도 등 대부분의 해외 식민지를 잃어 「네덜란드」 경제는 매우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네덜란드」인들은 대대적인 국토 넓히기 운동을 벌이면서 남쪽 농경지엔 야채·과실을, 북쪽 사구엔 목초와 꽃을 심은 것이다. 때문에 「튤립·벨트」는 「헤이그」와 「암스테르담」간의 북쪽해안지대에 몰려 있다.

<튤립만도 7백종 넘어>
「네덜란드」는 농산물 수출국으로도 유명하다. 남쪽지방에 가면 끝없이 뻗친 야채촉성재배의 「비닐·하우스」를 볼 수 있다. 1년에 「네덜란드」가 수출하는 야채와 과실은 8억「달러」 어치나 된다.
「네덜란드」는 국토의 4분의1을 바다에서 건진 것이기 때문에 땅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국민학교에서도 농업을 정규과목으로 가르치며 아동 모두에 각자의 화단을 주어 꽃을 가꾸게 한다. 꽃에 대한 육종학적 연구도 대단하다. 원예연구소에선 새 품종을 계속 개발해 내고 있다. 이미 「튤립」만도 7백종이 넘는다.
「네덜란드」에서 꽃은 이미 생활화되어 있다. 주부들이 시장을 보러오면 으례 한 두 송이의 꽃을 사간다. 남의 집을 방문할 땐 꽃을 들고 간다. 1년 내내 꽃시장이 성황을 이룬다.
꽃 경매장도 있고 도매상도 있다. 봄철엔 꽃을 가득 실은 배들이 수로를 따라 줄지어 가는데 풍차를 배경으로 한 그 아름다운 풍경은 「렘브란트」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 꽃의 축제나 전시회도 대단하다. 5월 세계최대의 꽃 공원인 「코켄호프」 공원에서 열리는 꽃 전시회엔 「유럽」 각지에서 80여만의 인파가 몰려든다.

<농업이 학교 정규과목>
잔디주차장에 늘어선 여러 국적의 차들을 보면 범「유럽」적인 꽃의 축제가 벌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백만평이 넘는 공원은 온통 원색의 꽃과 나무로 가득 차고 그 사이의 오솔길로 어린이들의 손을 잡고 꽃을 보고 즐기며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물론 시끄러운 노랫가락이나 「라디오」 소리는 있을 수가 없다.
「네덜란드」 사람이 왜 그토록 국토에 대해 애착심을 갖고 평화를 사랑하는지 어렴풋이 알 것 같다. 꽃은 이미 「네덜란드」 사람에겐 도저히 뗄 수 없는 공기나 물과 같이 되어버린 것이다. [글 주섭일 특파원 사진 이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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