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14)주범은 단 과자류 치은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사과를 베어먹을 때 사과 조각에 빨간 피가 묻어 나오는데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기껏 「비타민」C 섭취가 부족한 탓이려니 하고 만다. 그러나 이 같은 상태가 결코 대수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대로 두면 결국 치아가 빠진다는 위험신호이기 때문이다.
이재현 박사(전 서울대치대교수·현 성「바오로」내과원장)는 우리 나라 사람 등의 치아탈락의 가장 중요한 원인이 바로 치은염이라고 지적한다.
치은염은 잇몸의 염증을 말한다. 잇몸에 염증이 생기면 우선 잇몸이 부어오르고 딱딱한 음식을 씹을 때 피가 나온다.
사과 같은 과일을 베어먹을 때 피가 묻어 나오면 치은염을 뜻하는 것이다.
이 박사는 우리 나라 사람 대부분에서 치은염이 발견되지만 특히 사춘기의 청소년들과 임신부에게 많다고 말한다. 그래서 사춘기성 치은염, 임신성 치은염이라고 부른다.
치은염의 주범은 설탕. 어느 나라에서나 설탕의 소비량과 치은염의 발생빈도는 비례한다. 치은염을 문명병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바로 이런 점에 있다는 이 박사의 말이다.
설탕이 일정한 화학작용을 거쳐 치아 벽에 붙어 있는데다 각종 세균들이 얽혀 마치 이끼처럼 끼는 것을 균태라고 한다. 치아 벽에 낀 이 균태가 잇몸을 자극해서 치은염을 일으킨다는 이 박사의 설명이다.
치은염이 생기면 맨 먼저 잇몸의 빛깔이 달라진다. 마치 산호처럼 담홍색을 띠던 잇몸이 점차 빛깔이 붉어지는 것이다. 더욱 진행되면 검붉어 지거나 자주빛깔 마저 띠게된다.
이때 치료하지 않고 그대로 두어도 곧 부어오른 잇몸이 가라앉는다. 그러다가 다시 잇몸이 붓고 피가 나오곤 한다.
이렇게 몇 차례 반복하면서 치주염으로 발전하고 결국 치아가 빠지게 된다.
그러니까 치아 벽에 낀 균태를 완전히 벗겨내지 않으면 치은염은 그대로 남아 있으면서 병이 진행된다는 이 박사의 말이다. 그러므로 균태를 제거하는 것이 치은염의 치료법이라는 것.
치은염은 때로는 당뇨병이나 무서운 백혈병의 한 증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또 전신쇠약성 질환이나 영양상태가 좋지않을 때도 치은염의 증상이 나타난다.
따라서 잇몸이 부어오르거나 피가 나오는 것을 결코 소홀히 여겨서는 안된다고 이 박사는 강조한다.
치은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식후 칫솔질을 게을리 하지 않고 3, 4개월에 한번씩 치과에 가서 「스케일링」을 해야한다.
선진국에서는 벌써 5, 6세 때부터 「스케일링」을 시작함으로써 일생 건강한 치아를 보존하는데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한 이 박사는 적어도 1년에 두 번은 누구나 치과에 가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건치의 비결이라고 강조한다.
그리고 가능한 한 설탕 섭취를 줄이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초컬릿」 「비스킷」 사탕은 치은염에 해롭다. <김영치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