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핏발 세우는 일본「극우파」|「경단련」습격 사건을 계기로 본 실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일본의 신우익 과격파 4명이 총기 등을 휘두르며 3일 동경에 있는 일본 경제단체 연합회 사무실을 점거, 11시간동안 인질 난동을 벌인 사건을 계기로 과격파「그룹」들의「테러」행위가 연쇄반응을 일으킬 우려가 있어 일본 경찰이 긴장하고 있다.
경찰은 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는 이른바 신우익·신좌익 중심「그룹」이 보혁백중의 정치적 불안을 틈타 더욱 빈번히 과격한「테러」행위를 획책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일종의 극좌세력「적군파」「동아시아 반일 무장전선」등 국제적 규모의「테러」조직을 비롯, 극우파에 해당하는 신우익이 주로 사회의 불안 요인이 되어있다.
60년대 극좌파가 활개치던 시대도 있었으나 현재는 신우익이 정계의 요인을 기습하거나 주오 건물의 폭파를 노리는 등「무법자」로 뿌리를 깊이 박고 있다.
일본에서 우익 단체는 전후 한때 존재가 희미했으나 60년대 안보 논쟁을 계기로 다시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 미일 안보해제를 반대하는 혁신세력, 특히 극좌 공산주의 신봉자들과 대결하는「전사」로서 맹활약하면서 집권자 자민당과 재계의 비호 속에 미일 안보체제의 장벽의 역할을 했었다.
그러나 청년·학생 등이 주동이 된 신우익이 60년대 초부터 탄생되고부터는 기성 우익노선에도 변화가 생겼다.
신우익도 천황·국가에 절대 충성, 반공·반사회주의, 일본의 정통 계승이라는 기성 우익의 이념에는 동감이었으나 행동 양식은 목적 달성을 위해 폭력 투쟁도 불사한다는 새로운 면모를 띠게 되었다.
신좌익이 국가 권력, 특히 경찰을 적으로 규정, 폭력에 의한 혁명을 주장했던 것과 신우익의 행동 원리가 흡사해진 것이다.
일본 경찰은 우익 세력을 5백50단체 약12만명, 이중에서 집요하게 가두시위를 일삼는「행동우익」을 50단체 2만1천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신우익은 일본의 정치·사회 정세로 보아 국가가 존망의 위기에 있다고 보고 집권당과 현정권에 도전하면서 좌익 세력과 대결하는 한편「록히드」사건의 주역이며 우익 총수인「고다마·요시오」등 기성 우익세력을『정·재계와 유착, 우익 본질을 망각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일본이 정치적·경제적으로 불안할수록 천황제·안보문제 등 주요 국가정책에 관해 의견이 정반대인 우익과 좌익 세력이 더욱 날뛸 것으로 보이는데 일본 지식층들은 이들 과격파「그룹」의 행동을 시대 착오로 보고 있지만 이들은 일본적 체질에 뿌리를 박고 있다. 【동경=김경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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