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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일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내일은 모두가 쉬는 날이다. 은행이 놀고, 관청이 놀고, 공장이 논다. 빚장이도 내일은 쉰다.
공휴일인 것이다. 그리고 또 붐인 것이다. 몇 십년 만이라는 추위를 몰고 왔던 지겹던 겨울도 보따리를 쌌다. 아지랭이는 아직 없어도 꽃을 바라기는 아직 일러도, 사뿐사뿐 걸어 들어오는 봄의 기척이 들린다.
마음이 들뜬다. 봄을 느끼기 때문이다. 옛 시인들도 봄만 되면 들뜬 시를 썼다.
…수수춘누단, 막소금배만, 우주단가가, 인생능기하-.
위장의 시다. 봄은 놀자고 있다. 그런 봄도 까딱하는 순간에 사라져 버린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발버둥친다고 언제까지나 인생의 봄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그저 오늘밤의 이 즐거움을 술과 함께 맛보면 되지 않겠는가.
어떻게 보면 위장은 매우 비관주의자 같기도 하고, 낙천가 같기도 하다. 그러나 그런 것을 따지기에는 봄은 너무나도 아름답고, 너무나도 짧다. 정녕 소식의 말대로『춘척일각직천금』 인 것이다. 일각은 지금의 15분쯤이 된다. 그리고 한대에는 황금일승을 일금이라 했다. 그러니까 간금이라면 금간승이 된다. 그만큼 봄은 소중한 것이다. 봄은 언제나 같다.
어느 시대의 사람이나 모두 봄을 즐길 중을 안다. 봄은 누구의 눈에나 아름답기 때문이다.
58년 전의 3월1일도 다름이 없었다. 비록 꽃은 없어도, 봄나물 캐기에는 아직 일러도, 누구의 마음이나 들뜨게 만들 수 있는 그런 봄 날씨였다.
그러나 이 날을 즐긴 사람들은 아무도 없었다. 그 다음날도 또 그 다음날도….
오늘 우리는 모처럼의 연휴를 즐기려는 계획을 세우기에 바쁘다. 그러는 사이에 왜 이날이 공휴일인지를 완전히 잊어버리고있다.
58년 전에도 사람들은 위장처럼 얼마든지 봄을 즐길 수 있었다.
아무리 소중한 것이라도 자기가 죽고 나면 그만이다. 죽은 마음에는 산이 강이 되고. 옥토가 진토가 된다해도 상관이 없다.
만약에 이렇게만 생각했었다면 밤이 짧다고 얼마든지 술잔을 비울 수도 있었을 것이다.
58년전의 옛사람들은 그러지를 않았다. 그들은 자손들이 봄을 언제까지나 즐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희생을 서슴지 않았던 것이다.
모처럼의 따스한 봄 날씨다. 즐길만도 하다. 언제 또 모진 바람이 봄을 몰아낼지도 모른다. 그러니 오늘 한때를 마음껏 즐기자는 생각도 나올만하다. 그러나 왜 3월1일이 국경일인지만은 잊지 말고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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