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화요일] 가디언의 실험 … 종이신문이 뉴스를 생중계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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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영국 런던 킹스크로스역 인근에 위치한 ‘가디언’. 뉴스룸 안 곳곳엔 대형 스크린이 걸려 있다. 여기까진 별스럽지 않은 풍경이다. 그러나 화면에 뜨는 내용이 달랐다. 실시간 뉴스가 방송되는 여느 언론사와 달리 가디언 홈페이지(theguardian.com)에서 가장 인기 있는 스토리의 순위가 떠 있다. 때론 미국 국가안보국(NSA) 도청 관련 기사처럼 딱딱한 뉴스일 때도, 스포츠 문자 중계일 때도 있다.

 주디스 소얼 외교부문 부국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과거 (조직원들이) 누구나 발행부수를 알 듯이 이젠 인터넷 트래픽을 안다”고 말했다. 호주 태즈메이니아주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에 살아남은 한 가족의 이야기를 멀티미디어로 다룬 ‘파이어스톰’(2013년)의 존 헨리 기자는 독자(reader) 대신 시청자란 의미도 담긴 오디언스(audience)란 단어를 쓰며 이같이 말했다. “때론 오디언스가 무엇을 가장 많이 읽는지 확인하고 놀라기도 한다.” 

 # 신문보다 인터넷 먼저=가디언은 그간 변화와 개혁을 주도한 대표 언론으로 꼽힌다. 2005년 말 신문 판형을 베를리너로 변경한 데 이어 이듬해엔 일종의 온라인 오피니언면 격인 ‘코멘트 이즈 프리(Comment Is Free·CIF)’ 서비스를 시작했다. 각 분야 정예화된 전문가 수백 명이 기고했다. 가디언의 강점인 네트워크 저널리즘이다. “메인스트림 언론에서 다양한 목소리와 반응을 수용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을 처음으로 쓴 것”이란 자체 평가다.

 신문사로는 최초로, 실시간 뉴스를 분단위로 생중계하는 ‘라이브 블로그’ 서비스도 선보였다. 2001년 스포츠 경기를 분단위로 보도하면서 처음 시도한 것을 2008년 정치 분야로 확대했다. 라이브 블로그는 2010년 ‘아랍의 봄’ 보도 등에 활용되면서 가디언의 성가를 높였다. 2008년에는 신문사의 오랜 관행을 깨고, 비즈니스·국제 뉴스에 대해 발생 즉시 ‘신문보다 인터넷 먼저’ 보도를 시작했다.

 2011년에는 아예 ‘디지털 퍼스트’ 노선을 선언했다. 앤드루 밀러 최고경영자(CEO)와 앨런 러스브리저 편집국장이 주도했다. 특히 러스브리저 편집국장은 “신문은 이제 신문을 넘어서야 한다”고 말하곤 했다. 종이신문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다. 외부엔 그가 “어떤 기자도 종이 신문을 보면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질 정도다. 그는 또 “구글이나 다른 (인터넷) 회사들처럼 우리도 콘텐트를 더 잘 전달하기 위한 다양한 실험을 해야 한다. 일부는 실패할 거다. 어쩌면 여덟 중 하나가 제대로 된 것일 수 있어도 말이다”라고 했다.

 가디언의 온라인 독자는 꾸준히 늘고 있다. 2010년 매달 한 차례 이상 가디언 홈페이지를 방문한 사람은 약 4000만 명. 2011~2012년 회계연도엔 6790만 명, 이듬해엔 7830만 명으로 늘었다. 급기야 지난달엔 1억 명을 돌파했다. 현재 가디언은 데일리메일, 뉴욕타임스에 이어 인터넷 신문 세계 3위다(소셜 뉴스 서비스 제외). 2012~2013년은 디지털 분야의 매출(560만 파운드)이 인쇄 분야를 앞선 해이기도 하다. 변화에 회의적이었던 사람들도 이젠 변화를 반긴다. 존 헨리 기자는 “이젠 모두 (디지털 퍼스트 노선이) 성과를 내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실제 가디언의 홈페이지에선 성과를 가능케 한 방식들을 만날 수 있다. 실시간 멀티미디어 중계인 ‘라이브 블로그’는 대형사건이나 이슈가 발생했을 때 특히 유효하다. 방문자도 많고, 방문자들이 머무는 시간도 길다. 러스브리저 편집국장은 “라이브 블로그가 온라인 저널리즘의 다른 형태를 능가한다”고 자평했다. 올 2월 한 논문에 의하면, 라이브 블로그의 방문자 수는 전통적 기사보다 약 3배 많다.

 2월 20일자 우크라이나 사태를 보도한 라이브 블로그는 매시간 많게는 일곱 차례 뉴스를 업데이트했다(그래픽 참조). 사진·비디오·그래픽 등 멀티미디어 방식을 썼다. 트위터나 다른 언론 보도도 적극 활용했다. 독자들의 반응이나 경험도 올리곤 했다.

 # 웹을 넘어 모바일로=디지털 최고책임자(CDO)인 타냐 코드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뉴스 회사의 몰락에 대해 말하지만 뉴스산업은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다”며 “더 많은 사람이 이전보다 뉴스를 더 소비한다. 우리 내부 조사에 따르면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들 때까지 뉴스를 본다. 성장할 여지가 엄청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장차 가디언은 모바일에 주목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모든 걸 모바일이란 렌즈를 통해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선보인 모바일 앱 ‘위트니스(Witness)’는 가디언 특유의 ‘오픈 저널리즘’의 앱 버전이다. 2009년 가디언이 영국 하원 의원들의 활동비 청구내역 46만여 건을 모두 스캔해 인터넷에 올린 후 2만7000여 명의 독자가 참여해 22만여 건의 청구서에서 문제점을 찾아낸 것은 디지털 시대 오픈 저널리즘의 모범 케이스로 꼽힌다.

 인터랙티브 방식을 넘어선 ‘설명형 웹’ 방식의 적용, 온라인·스마트폰·태블릿 등 디바이스별 기사 차별화도 주력 과제다. 타냐 코드리는 “쌍방향이든 비디오를 통해서든, 혹은 아직 개발되지 않은 방법을 통해서든 우리 이야기를 잘 전달하기 위한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스스로 독려하며 끊임없이 실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가디언=1821년 주간지 ‘맨체스터 가디언’으로 창간, 1855년 일간지 전환. 1999년 온라인 서비스 시작 후 발행부수가 많은 다른 신문들을 제치고 영국 내 온라인 1위로 성큼 올라섰다. 디지털 시대에 가장 성공적으로 적응한 신문으로도 꼽힌다. 2005~2007년 인터넷의 아카데미로 불리는 웨비상(webby award) ‘베스트 인터넷 신문’ 부문을 연속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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