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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 낙하산 막는 재취업 심사 749건 중 '취업불가' 판정은 0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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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관피아 문화의 혁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먼저, 관료들의 각종 인허가권을 분산하고 투명성을 높이는 방법이다. 정용덕 서울대 행정대학원 명예교수는 27일 “선진국에서는 규제대상이 스스로 규제하는 자율규제를 늘리면서도 일탈에 대해선 엄하게 처벌하고 있다”며 “민간의 참여를 통해 투명성을 높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국민대 홍성걸(행정학) 교수도 “물건에 생산자 이름을 써놓듯이 안전검사 담당자의 이름을 공개하면 책임감이 더 커질 것”이라고 했다. 민간과 정부·국회가 함께 참여하는 민·관·정 규제기구를 상설화할 필요도 있다.

 전관예우형 재취업을 통한 유착 고리를 끊는 것도 중요하다. 국회 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10년 1월~2012년 8월 공직자윤리위원회가 749건의 재취업 심사를 했지만 ‘취업 불가’ 판정은 0건이었다. 안전행정부는 공직자윤리법 시행령 33조2항의 단서조항(재취업 심사 제외)을 활용해 재취업 심사 대상에서 제외돼 온 각종 민간협회를 심사 대상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그동안 사각지대에 놓였던 재취업 우회로를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서원석 한국행정연구원 사회조사센터장은 “재취업 자리를 구분해 정치적 자리에는 인사청문회를 확대하고, 비정치적 자리에는 감시 시스템을 강화해 부패가 적발되면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재취업 현황을 알 수 있는 통합 전산망을 구축하거나 내부고발자 보호대상에 낙하산 인사의 비위 행위까지 포함시키는 개선책도 거론된다.

 공무원 채용제도에 대수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단국대 김재일(행정학) 교수는 “장기적으로 행정고시를 폐지하고, 적합한 능력을 갖췄는지를 따지는 자격심사 제도로 가야 한다”며 “(고시 폐지의) 부작용 두려움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슬로 데스(Slow Death·변화하지 않으려다 천천히 죽는 것)’로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피아 쇄신을 위한 정치권의 입법도 늘고 있다.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은 지난 24일 재취업 제한 대상을 공직 유관단체(정부출연기관, 업무위탁기관 등)로 확대하는 법안을 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민병두 의원 주도로 관피아 개혁을 위한 입법을 추진한다. ▶퇴직 후 취업이력 공시 ▶정보공개 강화 ▶고시제도 폐지 등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건 대통령의 의지란 지적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대통령이 세부 문제를 알기는 매우 힘들고, 실상을 잘 아는 사람일수록 관피아 문화의 구성원이라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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