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윤철·최혜정·정차웅·최덕하·박지영·정현선·김기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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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책임지지 않으려는 세태에서 세월호 승무원 박지영님의 숭고한 죽음을 기리고, 후세에 귀감이 되게 하고자 관련 법률에 의하여 의사자로 추천합니다.”

 인터넷 포털 다음의 토론광장 ‘아고라’에서 진행되는 세월호 승무원 박지영(22·여)씨 의사자(義死者) 청원 취지다. 이 청원은 18일 시작돼 5만 명 넘게 동참했다.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엔 4건의 의사자 요청 민원이 들어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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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월호 참사에서 살신성인(殺身成仁)의 정신을 실천한 7명의 의인들을 의사자로 추대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안산고 학생 고(故) 정차웅(17)·최덕하(17)군, 단원고 교사 고 남윤철(35)·최혜정(25·여)씨, 세월호 아르바이트 직원 고 김기웅(28)씨와 예비신부 정현선(28·여·세월호 승무원)씨 등이다. 아고라에는 25일 최초 신고자 최덕하군 의사자 청원 운동이 시작돼 1100여 명이 서명했다. 한 네티즌은 최군에 대해 “어른보다 훨씬 나은, 현명하고 똑바른 학생이었다. 살았으면 훌륭한 일 많이 했을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지자체 가운데 가장 먼저 움직인 곳은 인천시다. 인천시는 25일 예비부부 김기웅·정현선씨의 의사자 인정 신청서를 보건복지부에 냈다. 김씨는 3층 로비에서 자고 있던 동료 3명을 깨우고 배 안으로 들어가 승객 탈출을 도왔다고 알려져 있다. 의사자는 유족이 관할 시·군·구에 신청하거나 사고 발생 지역 지자체(진도군청)가 직권으로 신청하면 복지부 의사상자심사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인천시 배동환 사회복지봉사과장은 “김씨와 정씨가 다른 이들을 구하다가 사망한 사실이 확인된 만큼 서둘러 신청했다”며 “원래 진도군청이 해야 하지만 아직은 경황이 없는 것 같아 일단 우리가 나섰다”고 말했다. 안산시는 아직 구체적인 움직임이 없다. 안산시 박용덕 복지정책과장은 “의사자 신청을 하려면 유족 동의가 있어야 하고 사실 여부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직무 외의 행위로 위해(危害)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신체·재산을 구하다가 사망한 사람’을 의사자로 규정한다. 따라서 세월호 승무원 박지영·정현선씨와 아르바이트 직원 김기웅씨, 단원고 교사 남씨와 최씨 등의 행위가 직무에 포함되는지 해석이 필요하다. 하지만 2001년 1월 항해 중 폭발 사고로 배가 침몰하자 구명복을 입고 있지 않던 실습생 두 명에게 자신의 구명부표를 던져주고 숨진 SK해운 2등 항해사 심경철씨가 의사자로 인정받은 적이 있다. 복지부 노정훈 사회서비스자원과장은 “목숨을 건 구조 행위까지 직무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것 같다”며 “박지영씨의 경우 직무 여부가 크게 논란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최덕하군의 경우는 논란이 있을 수도 있다. 구조행위와 사망의 인과관계, 즉 구조로 인한 사망인지 해석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의사상자심사위원회 위원을 지낸 홍순기 변호사는 “선장 등 진짜 직무(구조 행위)를 수행해야 할 사람들은 하나도 안 했다. 박지영씨는 본인이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알고도 구명조끼를 양보하고 구조 행위를 했는데 이게 직무라고 판단하기 어렵다”며 “의사자로 인정해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홍 변호사는 “의사자로 인정되려면 위험을 무릅쓰고 구조 행위를 해야 한다”며 “의로운 행위를 기린다는 의미에서 엄격하게 심사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의사자 신청이 들어오면 신속하게 심사위원회를 열어 5월 안에 결론을 낼 방침이다.

신성식 선임기자, 장주영·임명수·최모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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