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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컴, 돌아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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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국민 소프트웨어’ 아래아한글을 서비스하는 한글과컴퓨터(한컴)가 다시 일어서고 있다. 분기마다 역대 최고 실적을 경신한 데 이어 알짜배기 소프트웨어 기업을 인수한다는 소식도 연신 들려온다. 한컴은 설립자인 이찬진 드림위즈 대표가 떠난 지 11년이 지난 2010년에는 코스닥 상장 폐지 위기까지 몰렸다. 그 후 한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한컴은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기업이다. 아래아한글은 이찬진 대표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우원식 엔씨소프트 부사장이 개발했다. 한컴 창립 후 벤처기업 최초 코스닥 상장, 소프트웨어 기업 최초 매출 100억원 달성 등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뿌리 깊은 불법 다운로드 문화의 피해를 본 대표적인 기업이었다. 반면 1998년 부도 위기에 처하자 “한컴을 살리자”는 캠페인이 일어날 정도의 ‘국민기업’이기도 하다. 한컴은 2000년대 내내 1년이 멀다 하고 매물로 나왔다. 11년간 8번이나 인수·매각이 반복됐다. 대표이사의 횡령·배임으로 코스닥 상장 폐지 심사대까지 오르기도 했다.

 초라한 퇴장을 맞이하기 직전 9번째 새 주인이 나타났다. 보안업체 소프트포럼이 670억원에 한컴을 사들인 것이다. 김상철 회장은 2011년부터 모든 금융부채를 없애고 무차입 경영을 선언했다. 거래 기업에 현금으로 대금을 지급하면서 업계의 신뢰를 회복했다. IBM·HP 등 외국계 정보기술(IT) 업체에서 오래 근무한 이홍구 대표를 전문경영인으로 영입하고 ‘글로벌 종합 소프트웨어 기업’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모바일과 클라우드를 겨냥해 제품을 다각화하고, 하드웨어 제조사와 손잡고 해외시장에 뛰어들었다.

 대표 상품인 아래아한글 등 한컴오피스는 MS윈도, 애플 맥(Mac)을 기반으로 하는 PC용과 안드로이드·iOS 기반 모바일용으로 구성했다. 올해 1월엔 안드로이드 태블릿PC용으로 개발한 한컴오피스를 삼성전자 태블릿에 탑재해 성장하는 태블릿PC 시장에 발 빠르게 대응했다. 별도의 오피스 소프트웨어를 내려받아 설치하지 않고도 웹브라우저나 클라우드 서버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씽크프리’는 지난해 전 세계 이용자 2억 명을 넘어서는 등 해외에서 인기가 더 좋다. 삼성전자·LG전자·팬택은 물론 일본 도시바, 대만 아수스 등의 모바일 기기에 탑재해 출시한 전략이 효과를 냈다.

 실적도 가파르게 상승세를 탔다. 2006년 이후 5년간 400억원대에 머물러 있던 매출은 지난해 700억원 가까이로 뛰어올랐다. 올해도 1분기 기준으로는 사상 최대인 매출 192억원을 기록하면서 올해 목표(매출 800억원대) 달성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한컴은 소프트웨어 기업 인수합병(M&A)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설립 26년째 매출 1000억원 미만 중소기업에 머물러 있는 한컴이 덩치를 키우고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M&A가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한컴은 2012년 국내 기업이 개발한 이미지 편집소프트웨어 ‘이지포토’ 사업을 인수한 데 이어 지난해엔 영국 모바일 프린팅 기업 ‘소프트웨어 이매징’을 인수했다. 올해 초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분야 국내 1위 기업인 MDS테크놀로지와 M&A 계약을 체결했다. 김 회장은 “잘되는 기업은 인재들이 먼저 알아본다”며 “내년까지 본격적인 해외시장 공략에 나서 최고의 소프트웨어 인재들이 모여드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수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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