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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는 봄날이 괴롭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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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21면

자영업을 하는 김모(36.서울 신사동)씨는 봄이 괴롭다.

날씨가 건조해지는 맑은 날이면 콧물과 재채기가 쏟아지고 눈이 가려워 고객 앞에서 난처한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최근 네살배기 딸아이에게도 같은 증상이 나타나 그의 고민은 커지고 있다.

◇알레르기 비염은 연례 행사?=알레르기성 비염이란 코 점막이 특정 물질에 과민반응을 나타내는 것. 코감기와 증상이 비슷하지만 감염 질환이 아니기 때문에 열이 없고, 목도 아프지 않다.

비염은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계절성과 연중 내내 코를 괴롭히는 통년성으로 나뉜다. 계절성은 주로 꽃가루가 원인이다.

그러나 통년성은 집안 먼지.진드기.동물의 털과 비듬.바퀴벌레.곰팡이가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담배 연기나 대기 오염.황사.스트레스 등이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유전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환자의 50% 이상이 가족 중에 알레르기성 천식, 아토피성 피부염, 알레르기성 비염 등을 앓았던 경우가 있다.

부모가 모두 알레르기성 비염이면 자녀 중 절반이, 부모 중 어느 한쪽만 해당되면 세 자녀 중 한명꼴로 나타난다.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것이 우선=알레르기성 비염은 특정한 항원(抗原)에 대한 우리 몸의 항체 반응이기 때문에 항원을 찾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

피부반응 검사는 다양한 항원을 피부에 접촉시켜 붉은 반점의 크기와 가려움 등을 보는 것. 최근에는 혈액검사로 특정 항원에 대한 과민 항체량을 측정할 수 있어 피부검사 대신 많이 실시한다.

또 근래에 국내에 도입된 코점막 혈류 측정기(LDF)는 환자 코점막의 혈류량을 객관적으로 측정할 수 있어 진단뿐 아니라 치료효과 판정에도 많은 도움을 준다.

비염의 원인물질을 찾았다면 회피요법으로도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다. 해당 물질을 피하는 방법이다.예컨대 집먼지 진드기가 원인물질이라면 강력한 진공 청소와 세탁 등을 통해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이다.

면역주사 요법도 있다. 이는 특이 항원에 대한 반응을 감소 혹은 소실시키는 것. 비싼 치료비와 3~5년의 긴 치료기간이 단점이다.

증상을 줄이는 대표적인 약물은 항(抗)히스타민제로 요즘엔 부작용이 적으면서 장기간 복용에도 안전한 약물이 개발돼 도움을 주고 있다. 최근에는 코 안에 뿌리는 항히스타민제나 부신피질 호르몬제도 사용한다.

◇수술에도 새 바람=원리는 알레르기 반응이 가장 심한 부위인 콧속 점막을 줄이거나 섬유화시키는 것. 가위를 이용한 절제술, 전기 소작술, 레이저 수술, 코블레이션 수술, 그리고 최근에 시행되기 시작한 아르곤 플라즈마 응고술 등이 소개되고 있다.

가위를 이용한 절제술, 전기 소작술은 좋은 치료 성적에도 불구하고 통증.출혈 .딱딱한 흉터 형성.건조감 등이 단점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레이저가 가장 유효한 방법으로 평가되고 있다. 다만 콧속의 뼈가 많이 휜 경우 수술이 힘들고 환자의 상태에 따라 수술을 2~5회 시행해야 한다.

코블레이션 수술은 주사침같이 생긴 전극에서 발생한 저온의 열로 조직의 열응고 및 괴사를 일으키는 수술법이다.

기존의 전기 소작은 섭씨 5백도 정도의 고열이 발생하므로 주위 조직의 열 손상이 큰 데 비해 코블레이션 수술은 주위 조직에 대한 열손상이 매우 적고 점막층 손상을 최소화한다는 장점이 있다.

최근 도입된 아르곤 플라즈마 응고술도 알레르기성 비염 치료에서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다. 수술침이 환자의 코점막 표면에 직접 접촉되지 않으면서 광범위한 표면을 연속적으로 확실하게 응고시킨다.

해맑은 이비인후과가 지난해 아르곤 시술을 받고 2개월 이상 지난 환자 32명을 관찰한 결과 코 막힘 96%, 콧물 과다 71%, 재채기는 75%가 개선되는 효과를 보였다고 한다. 이 결과는 이달 말 대한이비인후과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고종관 의학전문기자

◇도움말:해맑은 이비인후과 이화식 원장, 세브란스 이비인후과 이정권 교수

*** 집먼지 진드기를 줄이려면

1. 실내에 햇빛이 들어오게 하며, 먼지가 쌓이기 쉬운 집기.가구는 치운다.

2. 카펫은 진공청소기로 자주 청소하거나 아예 깔지 않는다.

3. 마루바닥은 걸레로 자주 닦는다.

4. 이불은 정기적으로 햇볕에 말리고 먼지를 잘 턴다.

5. 미리 이부자리를 펴놓고 먼지가 가라앉은 후 잠자리에 든다.

6. 가습기를 사용할 때는 실내 습도를 40~50%로 맞춘다. 집 진드기는 습기를 좋아한다.

*** 꽃가루를 줄이려면

1. 창문을 닫아 실내에 꽃가루가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

2. 꽃가루는 오후부터 많이 날리므로 이 때 외출을 피한다.

3. 외출시 마스크.모자.안경을 착용한다

4. 집에 돌아와 옷.모자를 털고, 샤워를 한다.

5. 밖에 걸어둔 세탁물도 반드시 턴 후에 실내에 들여온다.

6. 자동차의 환기장치를 닫아 꽃가루가 들어오지 않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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