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 훈련? 대표팀 보탬 된다면 … " 박주영 정면 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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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훈련’ 논란에 시달렸던 축구대표팀 공격수 박주영이 24일 파주 NFC에서 훈련을 시작했다. 그는 “ 실력으로 보여 드리겠다”고 다짐했다. [파주=양광삼 기자]

봉와직염(蜂窩織炎)은 피부에 나타나는 급성 세균 감염증이다. 고름이 생긴 환부가 벌집(봉와) 모양으로 부어올라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피부질환의 일종이지만, 스트레스 증가에 따른 면역력 저하가 발병 원인으로 꼽힌다. 축구대표팀 주치의 송준섭 박사는 “우리 몸이 해결할 수 있는 수준 이상의 스트레스가 발생할 때 생기는 부작용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축구대표팀 공격수 박주영(29·왓퍼드)은 최근 오른발에 생긴 봉와직염을 치료하면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이달 초 소속팀 시즌 막바지 일정을 포기하고 귀국해 재활 훈련을 시작한 게 화근이었다. 일부 언론과 축구팬들이 ‘선수 한 명이 지나칠 정도로 특별 대우를 받는 것 아니냐’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냈다. 송 박사와 이케다 세이고 대표팀 피지컬 코치가 박주영을 위한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축구대표팀 전용 훈련 공간인 파주 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개인 훈련을 진행했기 때문이다. 국내파 선수들과의 차별 논란이 불거지면서 ‘황제 훈련’이라는 자극적인 용어도 등장했다. 언론과 접촉을 꺼리는 박주영의 폐쇄적인 성격 또한 논란을 키우는 데 한몫했다. 3월 열린 그리스와의 A매치 평가전(2-0) 당시 박주영은 선제골을 터뜨려 승리의 수훈갑이 됐지만, 경기 후 열린 공식 인터뷰를 거부해 구설에 올랐다.

 박주영의 선택은 정면 돌파였다. 24일 파주 NFC에서 개인 훈련을 앞두고 자신의 몸 상태와 심경을 직접 밝혔다. 스트레스 탓인지 박주영은 평소보다 더 말라 보였다. 이케다 코치는 “박주영은 부상 기간 중 체지방이 전혀 늘지 않았지만 근육량이 줄었다”면서 “부상 회복과 더불어 기초 체력과 파워를 끌어올리는 훈련을 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주영은 담담한 표정과 목소리로 “부상 부위에 대한 치료를 열심히 받고 있고, 통증도 사라졌다”며 자신의 몸 상태를 알린 뒤 “컨디션을 빨리 끌어올리기 위해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제 훈련’ 논란에 대해서는 자세를 낮췄다. “대표팀에 보탬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조기 귀국을 결정한 것”이라면서 “이런 방식의 개인 훈련이 특혜로 오해받을 여지가 있지만, 국민 여러분께서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 국민과 코칭스태프가 원하지 않는다면 내가 여기(파주) 있을 이유 또한 없다”고 덧붙였다.

 ‘인터뷰 기피 선수’라는 이미지를 깨고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에 대해 박주영은 “언론이 싫어 인터뷰를 거부한 건 아니다. 훈련장과 경기장에서 보여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라면서 “한 번쯤 내 상태를 정확히 알리는 기회를 갖고 싶어 이런 자리를 마련했다. 앞으로도 공식 인터뷰는 피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박주영은 그라운드 훈련 첫날부터 축구화를 신었다. 가볍게 볼도 찼다. 박주영의 측근은 “당초 다음 주쯤 축구화를 신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회복 속도가 매우 빠르다”면서 “컨디션을 신속히 끌어올려야 한다는 선수 자신의 의지가 확고하다”고 귀띔했다. 이케다 코치는 “박주영은 몸 관리를 잘하는 선수다. 앞으로 일주일가량 파주에서 훈련하며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한 이후엔 경기 감각을 빠르게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박주영은 세월호 침몰 사고 희생자와 유가족 돕기에 써달라며 이날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1억원을 기부했다. 박주영은 “답답한 마음이다. 기부가 기사화되는 것이 그리 반갑지는 않다. 그저 안타까운 마음이 전달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파주=송지훈 기자
사진=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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