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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탁 기자의 교육카페] 아이 안전교육도 학원 보내야 하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4면

일주일에 몇 번이나 아들딸과 저녁식사를 했는지, 자녀들과 대화를 나눈 게 언제였는지 돌아봤다는 학부모가 많습니다.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세월호 사고 때문입니다.

 사고 소식을 듣는 내내 “이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을 겁니다. 325명이나 되는 학생이 배로 인천에서 제주까지 가는데 학교에서 시킨 교육은 “버스에 타면 안전벨트 매라”는 게 전부였다니요. 아이들을 버려두고 탈출한 선장은 말할 가치도 없지만 동행한 교사들 상당수도 뭘 했는지 안타깝습니다. 알고 보니 교사들도 안전교육을 받지 않았습니다. 정부도, 학교도 재난·사고 대응법을 가르치지 않으니 이젠 안전교육도 사교육 기관에서 받게 해야 할까요.

 돌이켜보면 학부모라고 제대로 안전교육을 받은 적이 없습니다. 세월호에 부모가 탔더라도 살아나왔을지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부모가 할 수 있는 일부터 하자고 제안합니다.

 우선 대한민국이 안전한 사회라는 착각을 버려야 할 것 같습니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사고처럼 멀리 갈 것도 없이 현 정부 들어서만 지난해 7월 태안 사설캠프에서 고교생 5명이 목숨을 잃었고, 지난 2월 경주 마우나리조트 체육관 붕괴 사고로 대학생 등 10명이 숨졌습니다. 정부는 매번 대책을 내놨지만 기본적인 안전교육조차 실행되지 않았습니다.

 부모부터 공부를 했으면 합니다. 국가재난정보센터 사이트 등에 재난·사고 국민행동요령이 있습니다. 선박 침몰 대비요령은 국민행동요령에 담겨 있지 않아 허점이 있지만 화재·지진·붕괴·물놀이·캠핑 등 상황별 유의사항과 응급처치법, 심폐소생술, 심지어 해파리대처법까지 안내합니다. 어린이용 동영상도 있으니 자녀에게 보여주세요. 재난 대응은 반사적으로 움직이게 훈련돼야 한답니다. 중앙119구조본부가 매달 두 차례 가족이 1박2일로 참여하는 ‘재난현장 살아남기’ 무료교육을 하는 등 체험프로그램도 많습니다.

 선박 침몰 시 행동요령을 예로 소개합니다. 침몰 초기 의자 밑이나 선실에 보관된 구명조끼를 입고 물속에서 행동이 쉽도록 가능한 한 신발을 벗습니다. 출입문·비상구가 열리지 않으면 비치된 도끼로 창문을 깨고 탈출합니다. 침몰 시까지 시간 여유가 있으면 갑판 등 높은 곳으로 올라가 구조를 기다립니다. 선박에서 뛰어내릴 때는 왼손으로 코를 쥐고 오른손으로 왼쪽 어깨 부분의 구명조끼를 누릅니다. 함정 침몰로 소용돌이가 발생해 휘말릴 수 있으니 탈출 후엔 최대한 멀리 떨어집니다. 가능한 한 빨리 물에 뜨는 물건 위로 올라갑니다. 없다면 최대한 신체의 많은 부분을 물 밖으로 내놓습니다. 여러 명이 함께 있다면 껴안아 체온을 보호합니다.

 부모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안전교육을 제대로 받을 때까지 정부에 요구하는 겁니다. 국민의 안전을 개인에게 맡기는 국가는 없습니다.

김성탁 교육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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