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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모한 주민세 인상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방세법을 개정하겠다는 내무부는 이성을 되찾아야한다. 국내치안을 도맡고있는 내무부가 어째서 이처럼 무모한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우리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그들은 도대체 이 땅의 국민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그들은 이 땅의 국민들이 너무나 양순하여 세법만 고치면 무엇이든 얼마든지 거둬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도 저도 아니라면 도대체 어떤 경위로 지상에 보도된 바와 같은 무모한 인상율을 생각해낼 수 있는가. 아무리 「인플레」시대라지만 한꺼번에 2∼3배까지 주민세를 올리겠다는 발상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아무리 지방세수의 증대가 시급하다해도, 그리고 또 설사 아무리 국민의 생계가 넉넉하다 해도 이처럼 한꺼번에 2배 이상씩 올리는 세금은 동서고금에 없는 일이다. 그런 엄청난 일을 조금도 주저 없이 해내려는 내무부 관료들은 분명 이성을 읽고있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가. 그것은 한마디로 내무부가 세금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라 g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필요하면 언제라도 무슨 세금이든 더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국가사업 중에서도 세금만큼 신중하게 다루어야 할 사업은 다시없다. 세금은 기본적으로 자원의 지배에 대한 국민적 합의에 바탕을 두고 있다. 그것은 필연적으로 국민경제적 계산을 전제로 한다. 나라가 아무리 국민들에게 일을 많이 해주고 싶어도 거기에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정부와 민간이 지배하는 자원의 비율은 합리적이어야 할뿐만 아니라, 그 부담의 측면을 도외시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내무부의 처사는 세금의 이런 본질에 대한 이해를 전혀 결여하고 있다. 이점은 세율뿐만 아니라 조정세목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 많은 지방세 중에서도 주민세를 가장 많이 올리겠다는 점이 바로 그 반증이다. 주민세는 본질상 가장 후진적인 인두세다. 조세사상으로 보더라도 그것은 국민재산의 절대액이 낮고 비슷한 수준이었던 중세 이전에나 유행했던 전근대적인 조세형태다. 재산과 소득에 따라 조세의 실질적인 공평을 지향하는 현대국가들은 어느 나라에서도 이런 제도를 갖고있지 않다. 그렇다면 이 원시적인 역진적 조세를 가장 원시적인 형태로 더 활용하겠다는 내무부의 생각은 무엇인가.
한마디로 이번 지방세법개정안은 전면 수정되어야한다. 실사 세수증대가 불가피하다해도 주민세 아닌 다른 세목에서 얼마든지 조정할 수 있다. 호화주택이나 자동차세·면허세 등 조세의 경제적 연관이 높은 부문은 얼마든지 있다.
편히 앉아서 받기 쉬운 세금만 듬뿍 올리겠다는 생각이 아니라면 주민세인상은 철회되어야하며, 오히려 빠른 시일 안에 전면 폐지되는 것이 옳다. 중진국을 자처하면서 어떻게 이런 원시적인 조세를 고집하는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더우기 내년은 5백억원이 넘는 등록세까지 지방세로 넘어오지 않았는가.
더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는 지방세 운영을 더이상 내무부에 맡겨서는 안된다는 사실이다. 세수가 날로 늘어나 이제 국세와 비견될 만큼 비대해진 지방세업무를 내무부의 독선에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국세와 똑같이 재무부로 이관하든가, 아니면 예산·세제담당부처의 감독을 강화하든가 해야한다. 그 길 외에는 난맥을 극한 지방세운영을 바로 잡는 길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회의 신중한 재검토가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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