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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 같은 짓"…북괴 「외교적 마약」에 분노하는 북구인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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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헬싱키(핀란드)=주섭일 특파원】「핀란드」 외무성 「오시·선넬」의 전 실장은 지난 20일 정부의 추방 결정에 관한 성명서를 낭독하자, 북괴의 대리대사 장대희는 위법한 사실이 없으므로「핀란드」에서 떠나지 않겠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핀란드」정부는 이날 하오 6시30분 『북한측이「핀란드」 국내법과 외교관의 면책특권을 남용했기 때문에 추방 결정을 내렸다』는 내용의 「노트」를 각 언론기관에 배포했으며 21일 하오에는 북괴 공관원의 철수를 거듭 종용했다.
이와 같은 「핀란드」 정부의 강경한 태도는 북괴공관의 밀수에 대한 확고한 증거를 갖고 있다는 뜻과 북괴가「빈」 공동협정이 규정한 6일내 철수 시한을 넘길 경우 제2단계 조치를 취하겠다는 단호한 결의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선 확고한 증거>
북괴가 「핀란드」정부의 추방 명령을 거부하는 이유는 경찰이 증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음을 구실로 하고 있다. 오히려 북괴는 대사관 창고에서 술과 담배를 도둑 맞았다고 생떼를 쓰며 경찰을 비난했다. 「핀란드」정부는 북괴 공관원의 범죄행위를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이는 북괴와 소련 등에 대한 체면 때문이라는 것인데 북괴가 오히려 추방을 거부하고 나선 것은 적반하장이라는 것이다.
「헬싱키」 경찰청이 잡은 증거는「보드카」와 양주 5천 상자와 담배를 장대희 등 4명이 팔았다는 것이다.

<술 5천 상자 쏟아져>
마약에 관해서는 언급이 없다. 다만 얼마전 경찰은「모스크바」∼「헬싱키」간의 열차 편에 북괴의 공관용 물품을 수색하려다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교 「파우치」속에는 「보드카」가 들어 있었다는 설도 있으나 마약이라는 설도 있다. 다만 덮치지 않은 이유는 외교관의 특권을 존중했기 때문이라는 것.
「핀란드」 최대의 신문 「헬싱키·사노마트」지(사회당계)는 21일 「외교적 마약」이라는 사설에서 『북한의 외교관은 외교특권을 남용, 밀수한 상품의 판매금으로 대사관 운영비와 김일성 선전비로 썼다』고 마약 밀수 행위를 맹렬히 비난하고 북괴 외교관 4명을 추방키로 한 정부 결정을 옹호했다.
이번 북괴 공관의 밀수 사건은 원래 지난 5일 「스웨덴」에서 열린 북구 5개국 경찰회의에서 공식적으로 논의했던 것.
이 사실은 「헬싱키」의 한 관계자가 밝힌 것으로 외교 소식통이 전했다. 이 회의에서 5개국 경찰은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했다는 것.
21일 이곳 한 신문은「핀란드」가 「덴마크」보다는 먼저 터뜨려야 했다고 보도한 것은 의미 있는 말이라고 했다.

<열차·「페리」로 운반>
경찰은 마약 「보드카」 등의 밀수「루트」가「모스크바」∼「헬싱키」, 동「베를린」∼「코펜하겐」의 열차 편과「단치히」∼「스톡홀름」간의 「페리·보트」편으로 들어간다고 단정했으나 선적지는 중동·동남아·평양으로 추정했을 뿐이다.
「헬싱키」로 향한 여객기의 어떤 「스튜어디스」는 기자에게 『북한사람이 아니냐』고 묻기에『왜 묻느냐』 고 했더니 『물어 볼 말이 있다』고 했다. 그녀는 『한국, 「사우드 코리아」』라는 대답에 『대단히 미안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또 「헬싱키」공항의 출입국 관리는 Republic Korea라는 여권을 보고 눈을 크게 뜨며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두툼한 책을 펴려고 하기에 낮은 목소리로『남쪽』이라고 했더니 금방 웃음을 가득 담고 『미안합니다. 여행 잘하십시오』라고 공손히 말하는 것이었다.
지금 「유럽」천지는 북괴의 추문으로 날이 새고 밝는다. 길거리나 「카페」나 식당에서도 신문을 들었다 하면 북괴의 밀수기사를 읽고 말한다. 같은 한민족으로서 기자의 심정도 착잡하기 그지없다.
「코펜하겐」에서나「헬싱키」에서 「택시」를 타면 묻는 말이 『북한 사람이냐』다.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되물으면 『짐승 같은 짓이다』 『외교관이 어떻게 밀수범죄를 저지르느냐』 『말도 안되는 행위다』 등 가지각색이다.
「헬싱키」에서는 지난 20일 밤의 북괴 공관원에 의한 기자폭행 사건이 일제히 1면 머리기사로 다루어졌고 공산당 기관지도 『북괴 외교관 추방』이라는 제목을 뽑아 북괴측 추방 거부 반응을 묵살했다.
「헬싱키」시내에서 4㎞ 떨어진 북괴공관 앞에는 김일성 사진과 선전 사진이 붙은 게시판이 있었으나 조용했다.

<코리아 인삼 수입상 상표에 「남한」표시>
한국과 북괴를 잘 분간하지 못하던 「유럽」사람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한국을 다르게 생각하게 되었다. 한국산 인삼을 연간 10만 「달러」어치씩 수입하고 있는 「코펜하겐」의 「브뢰스트」회사는 3만 「달러」를 들여 KOREA GINSENG이라는 인삼 선전 간행물을 모두 버리고 SOUTH KOREA GINSENG으로 고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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