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세 잘못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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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세금을 내는 것은 국민의 당연한 의무인데도 자기에게 부과된 세금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기꺼운 마음으로 납세창구를 찾는 사람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이같은 세금혐오 내지 세금기피풍조는 세금을 받는 국가의 입장에서나 납세자의 입장에서나 바람직스럽지 못한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도 이같은 풍조가 깊어지는 것은 근년에 들어 조세부담이 경제성장이나 소득 증가를 앞질러 가속적으로 늘어나는데서 오는 중력감에 일차적 원인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재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국민의 1인당 조세부담액은 71년의 1만5천7원에서 76년에는 6만9백23원으로 5년 동안에 4배로 늘었으며 이에 따라 조세부담률도 15·37%에서 18·68%로 증가했다.
물론 전체적으로 부담이 늘어도 그 배분이 공평하고 합리적으로 이루어진다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조세규모확대에 따른 업무량의 폭주와 이를 뒷받침할 인력의 부족, 담당공무원의 업무에 대한 미숙 등으로 조세부담이 형평을 잃거나 부당한 세금을 징수하는 경우가 잦다.
이런 사례가 많아지는 경우 조세당국에 대한 불신감이 커지고 세금에 대한 인식을 그르치게된다는 것은 당연한 귀결이다.
이번 국회에 제출된 조세관계는 바로 이 같은 우리의 실정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①과오납=우선 세무공무원들이 세금을 잘못 부과함으로써 주로 생기는 과오납 발생액은 올들어 지난8월말 현재 4백7억원에 달했으며 이중에는 잘못이 없는 납세자에게 잘못이 있다고 가산금을 잘못 부과한 것이 1억7천만원이 들어있다..
같은 기간 중 당국의 세금부과에 대해 이의신청을 하거나 심사를 청구한 것이 9천3백72건(세액2백70억9천2백만원)으로 고지서를 발부한 세금의 3%가 넘었으며 이중 31%에 해당하는 2천7백55건에 대해서는 당국의 잘못이 인정되어 18억6천만원의 세금이 깎였다.
75년에 처음 실시한 종합소득세는 제도자체에도 문제가 있어 이번 국회에서 관계법이 일부 개정될 예정이지만 그보다도 인원의 부족과 관계공무원들의 업무 미숙, 때마침 실시된 주민증갱신 등으로 적지 않은 혼란을 빚었다.
이에 따라 납세고지가 잘못된 4만4천명에 대해 당국이 직권으로 과세내용을 정정, 61억원을 감세했다.
②양도소득세=양도소득세에 대한 재심청구도 급격히 늘고있다.
75년중 양도소득세부과에 대한 불복은 4백6건에 그쳤는데 올해에는 8월말 현재 이미 작년의 6배가 넘는 2천4백68건의 불복청구가 있었으며 이중 35%에 해당하는 8백56건 당국의 잘못이 인정돼 시정 처리됐다.
③인정과세=건전납세풍토의 조성과 근거과세를 이룩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문제되는 것이 이른바 인정과세다.
영업세와 소득세에 대해 인정과세를 허용하고..있는데 영업세의 인정과세비중은 73년의 포·3%에서 76년에는 27·9%로 개선됐으나 소득세는 76년에도 74·4%가 인정과세로 부과되고 있어 근거과세와는 아직도 거리가 먼 것으로 밝혀졌다.
국민의 세금에 대한 왜곡된 인식, 담당공무원의 부족, ,근거과세에 대한 기반의 결여 등 온갖 어려움을 안고있는 우리 여건에서 내년부터 모든 거래에 표준계산서를 주고받도록 하는 부가가치세제의 실시가 혼란이나 부작용 없이 실시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신성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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