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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한말 암시세가 석 달 월급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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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금 북괴평양에는 엄격한 동화관제가 실시되고 있고 지방주민은 평양에 여행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으며 쌀 한말 암시세가 일반 노동자의 3개월 월급에 해당하는 2백원(약5만원)이라고 일본에서 발행되는 통일일보가 9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최근 북괴를 다녀온 조총련 관계자가 북괴의 참상을 이 신문에 전해왔다고 전하고 다음과 같이 보도했다.
『나는 제27차「조국방문단」의 일원으로 지난 8월19일 평양에 도착, 9월3일에 일본에 돌아왔다.
방문단이 소련 항공기「아에로·플로트」로「니에가다」항을 떠난 것은 판문점사건이 일어난8윌18일이었다. 하오8시쯤 소련의「하바로프스크」공항에 도착했으나 평양행 비행기가 없어 비행장 대합실「벤치」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날 하오「하바로프스크」공항을 출발, 2시간만에 평양비행장에 도착했다. 평양에서 먼저 놀란 것은 공항주위가 찰흙같이 캄캄했기 때문이다.
들어보니 전투태세 명령이 떨어져 동학관제가 실시됐다는 것이다. 「호텔」창에는 검은「커튼」이 쳐져 있고 전등에는 검은「커버」가 씌워져 있다. 수일 후 겨우 황해도 사리원에 안내되어 일본서 북송된 친척을 만날 수 있었는데 북송 동포들의 생활이 그렇게 비참한 줄은 미처 몰랐다. 감시원의 눈을 피해서「그렇게 배가 고픈가. 일을 하지 않는 때문이겠지」하고 물어보니「이제 더 일할 기력도 의욕도 없다」는 대답이었다.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문자 그대로 피골이 상접한 친척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북괴에는 쌀 암시장이 있고 여기에서는 쌀 한말에 2백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반노동자의 월 평균 월급은 70원이고「세이꼬」시계의 경우는 7백∼8백원, 날짜가 나오는 자동시계는 1천원 이상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친척들은 1년에 시계4∼5개만 보내주면 일가족 4명은 입에 풀칠할 수 있다고 했다.
일본에 돌아와 곧 시계 5개를 보내주지 않으면 안되었다. 그리고 어느 집에 가든 김일성 사진이 걸려있으며 아침에는「다녀오겠읍니다」, 저녁에는「수령님 덕택으로 오늘 하루도 잘 지내고 있읍니다」라고 예배 보듯 사진에 말하는 것이었다. 조총련 조직에서 한때 김정일 후계자로 존경하도록 한 다음 이를 중지시켰기 때문에 김정일이 북괴에서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가 흥미였으나 민가에도 김정일 사진은 보이지 않았고 공공 장소에는 물론 없었다.
몇 번이고 접대식이 있었으나 김정일의 이름은 전혀 호칭되지 않았고 고위층으로는 정준기 부총리 가방문자를 2시간 가까이 만났으나 김정일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북괴의 어려운 실정에도 불구하고 김일성 이하 간부들의 생활은 호화로 와 가구들을 일본에서 조달하고 일본에는 북괴의 이것을 조달하는 전문상사까지 있는 것은 조총련 간부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동경=김경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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