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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령이여 이제 한을 푸소서…"|「망향의 동산」준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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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천원=최형민 기자】『영령이시여, 천 추의 한을 씻고 조국 땅「망향의 동산」에서 고이 잠드소서』-. 이역 땅에서 외로이 숨져 간 재일 동포들의 유해가 안장될 「망향의 동산」준공식 및 합동위령제가 2일 상오 9시 충남 천원군 성거면 요방리 6의1 현지에서 최규하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부요인, 조영주 재일 거류민단 중앙본부단장 등 관계인사와 유족 등 5백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재일 동포 모국방문 추진위원회(위원장 이 호)주최로 거행됐다.
이 호 위원장은 식사에서『재일 동포들의「죽어서 나마 고국 땅에 묻히고 싶다」는 간절한 소망이 실현돼 기쁘다』면서 『이를 계기로 국내에 있는 동포와 재일 동포들이 합심, 남북통일을 이룩하는데 밑거름이 되자』고 다짐했다.
이어 조 단장은 『이국 땅에서 고 혼이 된 영령들이 이제야 편히 잠들게 되었으며「망향의 동산」을 마련해 준 고국동포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정부 및 재일 거류민단 대표의 추도사·천안여고합창단(2백 명)의 조가 합창·배명준 목사의 축도·조계종 총무원장 박기종 스님의 독경 순으로 진행됐으며 각계 대표들의 헌화와 분향에 이어 30일 KAL편으로 환 국한 2백12위의 유골이 육군 3관사 의장대의 조총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봉안됐다.
이 자리에서는 재일 동포들의 성금으로 건립된 위령탑 제막식도 아울러 있었다.
합동위령제가 진행되는 동안 유족들은 영령을 맞아 새삼 솟구치는 슬픔과 뼈라도 조국 땅에 봉안케 된 감격을 못이기는 듯 시종 눈시울을 적셨고 독경스님의 목탁소리가 원혼을 달랬다.
식이 끝난 뒤 참석인사들은 기념식수를 했다.
「망향의 동산」에는 일본에서 사망, 일본각지에 흩어져 있는 동포들의 유해 중 자손들이 희망하는 경우와 앞으로 일본에서 사망하는 동포 중 역시 희망하는 경우에 한해 안장될 수 있다. 재일 조총련계 동포들의 모국방문이 계기가 되어 전국민이 성금을 모아 지난 6월12일 착공한「망향의 동산」은 서울에서 84km 떨어진 경부고속도로 석교휴게소 맞은편 야산 10만5천 평에 자리잡고 있다.
이곳에는 무궁화·장미·모란 등 3개로 구분된 유해 8천기를 안장할 수 있는 묘역과 제사를 올리는 35평 크기의 귀 정각·관리사무소 등 이 갖추어져 있다. 맞은편 산에는 4월5일 재일 거류민단 청년봉사대원 2백 명이 잣나무 6천 그루·은수원 사시나무 8백 그루를 심었다.
또 생전에 고국을 그리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재일 동포들의 성금으로 건립된 높이 15m의 위령탑이 공원중심부에 서 있다.
3만6천 평의 묘역 중 2만5천명에는 경북 구미에서 운반해 온 금잔디가 심어졌고 관리사무소에 직원 5명을 배치, 묘지관리를 맡도록 했다.
이 공사에는 5억 원의 예산과 연 인원 1만8천5백 명·각종 장비 2천4백85대가 투입됐다.
37년 전 일본에서 항일독립투쟁을 하다 일경에 의해 숨진 변영우씨의 유해를 봉송해 온 유족대표 변경자씨(29·여·동경도 판교구 남상반대 1의11의5)는『자식된 도리를 다 못해 송구스럽습니다. 60만 재일 동포들을 대표해서 감사할 따름입니다』며 시종 눈물을 흘렸다.
이날 최규하 국무총리. 이 호 재일 동포 모국방문추진위원회 위원장, 김치열 내무, 김영선 주일대사, 김용태 공화당 원내총무, 이영근 유정회 원내총무, 윤하정 외무부 차관, 조영주 재일 거류민단 중앙본부단장, 정석모 충남지사. 유족대표 변경자씨 등 11명이 위령탑을 제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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