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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는 경제개발의 상징〃|「TV와 광고」좌담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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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방송「프로」가 생활과 밀착되면 될수록 방송광고는 우리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문공부의 토막광고 규제로TV와 광고에 대한 새로운 정리와 개념에 관심을 갖게 한다. TV광고란 무엇인가? 과연 필요 없는 것일까?「매스컴」전공 세 교수의 좌담을 통해 그 의견을 들어본다.
이희=광고의 질적인 정화문제가 아닌 광고자체용 원천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인가 하는 문제는 생각해 볼 여지가 많습니다. 광고는 단순히「매스·미디어」만을 위해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이회=상업방송을 제도적으로 인정하고 있는 한 그 제도자체를 근본적으로 부인하는 것은「난센스」입니다. 상업방송을 허용했다면 그 정신을 존중하는 범위 안에서 개선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윤 용=광고정화, 이를테면 질적 향상·기술적 향상·방법적인 향상은 생각지 않고 다만 광고가 많으니 무조건 빼버려라 하는 것은 논리상 이해하기 힘든 비약입니다. 광고에 대한 막연한 반감의 누적과 당국의 자숙요청을 무차별적인 억제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한 광고활동의 위축현상을 중시해야 할 것입니다. 우선 광고의 기능이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면 새삼 그 심각성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이희=광고활동을 다만 생산자들이 제품을 많이 팔아먹기 위한 이기적인 행위로만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광고는 경제발전과 더불어 생산자와 소비자사이의 유통과정을 원활케 해 경제활동의 원동력이 될 뿐 아니라 자유경쟁을 바탕으로 한 자본주의 체제아래서는 불가결의 것이기도 합니다. 광고는 또한 기업규모의 확대 뿐 아니라 생산비용의 절감에도 효과를 주고 있습니다.
흔히 광고비용은 제품가격에 가산되기 때문에 가격상승의 요인이 되는 것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만, 결과적으로 광고는 대량생산에 불가결한 대량수요를 조성하는 역할을 담당하므로 수공업적생산 「코스트」보다 훨씬 싼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회=광고는 결국 기술혁신을 유발시키며 따라서 상품의 질을 향상시키고 상품의 새로운 개발을 촉진시키며 또한 상품의 다양화를 가져옵니다. 국가경제를「다이내믹」하게 이끌어 이것을 통해 전소비자의 이익보호에 기여하는 구실을 합니다.
윤용=광고의 기능을 열거하자면 한이 없지만 우리가 한가지 빠뜨릴 수 없는 것은 그것이 자유로운 언론활동을 뒷받침해 주고 있다는 것입니다. 광고수입이 민간「매스·미디어」중요재원이 되는 것은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일입니다. 오늘의 상황 밑에서 광고활동의 위축은 그대로 자유로운 언론활동의 위축으로 나타나기 쉽습니다. 이렇듯 중대한 역할을 하는 광고가 단순한 이유만으로 규제된다면 결과는 심각하다고 볼 수 있지요.

<외국선 공영도 광고>
이회=지난74년3월 당국이 TV「프로」의『중간 CM』을 없애는 조치를 한 후 방송국 측은 편법으로 토막「프로」를 만들어 그사이에 CM을 보충했고, 「프로」가「미니」화하니 좋은 내용을 담을 수 있는 기획 건전「프로」는 도리어 위축되고 말았습니다. 5분·10분 짜리「프로」에 어떻게 착실하고 좋은 내용을 담을 수 있겠습니까? 결국 당국은 규제는 했습니다만 결과는 개악이 되고만 셈이지요. 당국은 행정조치만을 능사로 삼았지 그 결과에 대한 깊은 연구와 긴 안목이 없어 그런 결과를 초래했지요. 설혹 이번 조치가 시행된다해도 또 새로운 문젯점이 틀림없이 생기리라 믿습니다. 세계에서 상업방송 치고 토막광고 없는TV방송은 없습니다.
이희=공영방송과 상업방송을 혼돈해서는 안됩니다. 심지어 시청료를 받는 서독의 공영TV까지도 어느 특정시간에 광고를 몰아서 넣고(Block System) 있습니다. 상업방송에 이「아이디어」를 대입하자는 것은 졸렬한 생각입니다.
윤용=「프로」와「프로」사이엔「밸런스」와 휴식이 있어야 하고 그 공간은 무엇으로나마 메워져야 합니다. 토막광고는 그것의 훌륭한 구실을 하지요.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토막광고와 중소기업과의 관계입니다. 지금의 A「타임」은 모두가 대기업들의 독차지입니다. 중소기업이 할 수 있는 광고란 겨우 토막광고로「프로」한가운데에 잠깐 파고 들어가 있는 실정이지요. 토막 광고란 산업육성의 큰 차원에서 군소기업을 보호·육성할 수 있는 구실을 하고있습니다.
이희=그렇지요. 중간광고를 없애면 대 광고주는 살아남지만 중소기업은 어디 발붙일 곳이 없는 위기가 오게 됩니다. 말하자면 중간광고를 없애는 문제는 방송국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산업구조·사회구조와 관련 있는 문제가 됩니다. 우리의 양극화된 사회구조를 무너뜨리고 중산층을 보호한다는 시책을 펴고 있는 요즘 그들이 이용할 수 있는 토막광고의 발판마저 없애는 것은 중소기업을 위축시키는 결과가 되는 것입니다. 중간사회를 보호해야한다는 대전제아래 그들의 목을 조르는 현상을 가져와서는 안되겠지요.

<감성 의존지양을>
이회=이제 광고의 윤리성과「미디어」의 책임도 생각해봐야겠습니다. 소비자들의 이성에 호소하여 차분하게 설득하고 선택의 여유를 주는 것이 더 효과적인데도 덮어놓고 감성적인 자극에만 의존하려는 일부 광고주들의 비과학적 광고방식도 시정돼야겠지요. 또「미디어」측은 광고와 재미있고 유익한 「프로」와의 교환을 이룩해야 할 것입니다.
윤용=기업이윤은 사회환원성이 뒤따라야 합니다. 광고주는 광고의 사회성과 공익성을 느끼고 수요자의 이익은 생각지 않고 자기의 이익만을 강요하는 광고방법은 이제 지양해야 할겁니다.
이희=결국 광고주나「미디어」측은 긴밀한 협조 밑에 부당한 자극이나 곤욕 대신에 친밀감과 신뢰감을 주는 광고활동을 벌여야 할 것이며 당국은 그러한 분위기 조성에 오히려 고차원의 배려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정리=김준식 기자>

<참석자>
이상희<서울대교수·신문학>
이상회<연세대교수·방송학>
윤용<고려대교수·방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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