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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민 당직인선 왜 늦어지고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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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열흘 전 새 체제를 출범시킨 신민당은 아직 머리(두)만 있을 뿐 몸과 손·발을 갖추지 못했다.
6두의 새 지도체제는 출범이후 거의 매일처럼 회동하여 당의 몸과 손·발을 갖추는 당직인선과 각급 당 기구 정상화 문제를 협의해 왔으나 회의의 결과는 항상 무 결론상태.
때마침 닥친 정기국회에의 대비태세도 이 문제가 풀리지 않아「잠정대책」과「잠정일정」만 짜놓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당직인선은 10월로 넘어갈 수밖에 없고 그때 가서도 순산은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

<다선 원칙이면 신 주류유리>
흔히「6두 마차」로 불리는 6인 최고위원회는 4차례의 공식회의와 수다한 막후접촉 끝에 지난 23일 겨우 대변인 임명만 성공.
24일 속개된 최고위는 또다시「다선」대「안배」의 상호입장만 확인한 채 다음회의를 일찌감치 오는30일로 잡았다. 다음 회의 때까지 시간을 두고 막후에서 조정하자고 말들을 하고있다.
당직인선의 첫 관문이자 핵심이 되는 것은 18명 이내의 임명직 정무위원. 이중에서 당6역이 임명되고 정무위원 수에 따라 신구주류의 세력판도가 결정되기 때문에 피차 한치의 양보도 없다.
『우리가 당권을 맡았으니 일할 수 있게 짜야된다』(신 주류) 『누가 당신들에게 당권을 맡겼는가. 당권은 6인 공유로 돼있다』(구 주류)『대외적인 체통을 생각해서라도 기준을 세워 인선하자』(신 주류) 『공존의 원칙에서 균등하게 안배하자』(구 주류)….
그 동안 열린 최고위에서는 이처럼 판에 박은 듯한 주장이 오갔고 24일 회의에서도 구 주류 측이『최고위원별로3명씩 추천해야하며 이 주장에서 1보도 양보할 수 없다』(김재광 의원)고했고『능력과 인물본위로 하되 군장성출신이나 국회의원 면책특권에도 불구하고 희생된 사람도 고려대상에 넣어야한다』(이철승 대표)고 주장.
현재 임명직 정무위원이 될 수 있는3선 이상 의원은 신 주류 10명·구 주류 4명. 다선 원칙이 적용되면 신 주류가, 안배원칙에 따르면 구 주류가 유리해진다.
신 주류로서는 최고위원을 내지 못한 화요회와 정해영·정운갑·김형일·김옥선씨 등에 대한 배려문제가 있고 정일형 고문에 대한 예우문제가 있어 안배할 경우 할당될 9석으로는 도저히 이들을 소화할 수 없는 실점이다. 특히 화요회와 정 고문에게는 전당대회과정에서 각서를 써줬다는 말도 있어 그럴 경우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 없는 입장.
이런 배경을 두고 신 주류 측은『4선 의원을 빼놓고 초선의원을 넣는다면 당 체통은 뭐가 되느냐』고 주장하고있다.
이렇게 되자 양파는 각기 「양보보다는 시간 끌기」로 대치, 서두르지 않겠다는 태도를 보이고있다.
구 주류 측은 물론 신 주류에서도『시간을 두고 타협하겠다』(이철승 대표)『서두를 필요 없다』(신도환 최고위원)는 자세로 구 주류내부의 변화를 기다리는 눈치다.
신 주류 측은 구 주류가 아직까지는 김영삼 전 총재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단합은 풀어지고 내부의 이해관계가 갈라질 것으로 계산하는 것 같다. 이충환·유치송·김재광씨 등 구 주류 측 최고위원들이 언제까지나 김 전 총재의 말만 듣고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구 주류내부에 변화가 오면 최고위내의 3대3 판도도 달라지고, 인선문제도 돌파구가 열릴 수 있으리라고 이들은 내다본다.
반면 구 주류 측도 신 주류내부의 잡다한 세력간에 앞으로 틈이 벌어질 공산은 크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양파의 이런 동상이몽 속에 당직인선은 의외로 오래 끌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신 주류 측이 구 주류반대를 무릅쓰고 인선을 강행할 가능성이 있다.

<총무·사무총장은 안배될 듯>
4명의 초·재선의원이 경합한대변인에 소석(이 대표의 아호)직계인 고재청 의원이 임명된 것을 보고 당내일부에서는『소석 구상이 드러난다』고 풀이했다.
당초 부총무를 노린 것으로 알려진 고 의원을 대변인에 임명한 것은 이 대표가 총무단에 다른 직계의원을 이미 내정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풀이와 함께 그렇다면 총무엔 소석 직계인 송원영 의원(3선)이 틀림없다는 얘기가 유력하게 떠올랐다.
그러나 현 김은하 총무와 이 대표와의 관계(학년동지)와 대 구 주류 관계를 고려해 송 의원이 총무를 희망하지만 그를 총장에 앉히고 김 총무를 유임시킴으로써 일석이조를 꾀할 가능성도 있다는 상반된 추측도 돌고있다.
어차피 인선이 오래 끌면 김 총무의「잠정총무」기간도 길어지는 만큼 김 총무를 유임시키고 수석 부총무에 소석 직계의 재선인 양해준 의원을 앉히는 선에서 총무단을 안정시키고, 대신 사무총장과 정책심의회의장을 신 주류가 차지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구 주류에 총무를 준다는 생색이 나고. 총장과 정책의장을 차지하여 총장에 송원영, 정책의장에 고흥문 계인 이중재 의원(4선)을 앉힐 수 있게 됨으로써 이 대표와 고흥문 계와의 관계도 좋아진다는 설명이다.
당직인선이 늦어지고 당내관심이 이 문제로만 쏠리자 국회대책은 뒷전으로 물러앉은 느낌.
게다가「중도통합론」「참여하의 개혁」이란 이 대표의 체제에 대한 특론이 양파간의 고전 도화선이 돼 23일 처음 열린 원내 대책위는 구체적 대책보다 지도노선시비에 더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결국 이런 모든 문제는 이 대표와 최고위원들의「정치력」으로 극복할 수밖에 없다는 게 중론인데, 이 대표는 우선 최고위안의 분위기조성을 위해 27일 저녁「최고위원단합대회」를 베풀 계획.<송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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