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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작년 공군부대 방문 사진, 파주 무인기와 유사한 날개 찍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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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김정은이 지난해 3월 24일 1501부대를 방문했을 때 모습. 사진 왼쪽 하단에 무인기로 추정되는 물체의 날개 끝부분이 보인다. 파주 무인기와 날개 끝 꺾임이 동일하다. [로이터=뉴스1]

북한 무인기 공방이 청와대와 북한 국방위의 대결로 옮겨붙었다. 국방위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이끌고 있는 북한의 최고권력기구다. 청와대는 15일 무인기 사건을 공동 조사하자는 북측 제안을 거절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범죄 피의자에게 수사 증거를 조사시키는 일은 없다”며 “북한의 소행임을 밝힐, 충분히 과학적인 방법으로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북한은 전날 국방위 검열단을 앞세워 “(정부의 조사 결과는) 앞뒤가 맞지 않는 비과학적이고 비현실적”이라며 “청와대 김장수 안보실장이 남측을 대표해 나오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정부는 이날 파주·삼척에서 추락한 무인기와 유사한 기종의 무인기를 북한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사진자료를 추가로 내놨다. 국방부는 지난해 3월 24일 김정은이 공군 1501부대를 방문했을 당시 촬영한 사진을 공개하며 “당시 북한이 촬영해 공개한 사진에 최근 경기도 파주와 삼척에서 추락한 것과 동일한 무인기의 모습이 발견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사진이 국방위의 주장이 허위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했다. 이날 공개한 사진엔 동체 날개 일부가 찍혔지만 파주·삼척 무인기와 도색이나 날개 끝이 동일하다는 게 국방부의 설명이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해 3월 25일 김정은의 현지지도 소식을 전하며 “1501군부대는 그 어떤 전투정황 속에서도 적들의 급소를 무자비하게 타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현대적인 첨단전투기술기재들을 자체로 연구 제작하는 성과를 이룩하였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무인기 엔진으로 추정되는 부품을 살피는 모습이 공개됨에 따라 1501군부대가 무인기를 제작하는 부대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이 검열단을 내세워 공동 조사를 주장하고 나선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2010년 천안함 폭침사건 때와 똑같은 패턴이기 때문이다. 당시 북한은 천안함 사건에 대해 침묵하다 정부의 조사결과에 대해 정치권 일각에서 의혹을 제기하자 관영 언론을 통해 ‘날조’라며 공세를 폈다. 무인기 침투가 북한 소행이 아니라는 일부 정치인들의 주장이 나오자 국방위가 검열단을 파견하겠다는 입장을 낸 것과 닮은꼴이다. 북한은 또 “무인기의 이륙지점을 북쪽 지역으로 서둘러 단정한 것도 우스운 일이지만, 지명조차도 제대로 모르면서 확인됐다고 밝힌 것이 더욱 가관”이라며 “온천비행장은 평안남도에 있지 황해남도에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온천 비행장에서 이륙했다는 내용을 밝힌 사실이 없다.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으로 기본적 사실과 논리를 왜곡하며 자신들의 행동을 은폐하려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맞섰다. 김 대변인은 또 “국방위 제안은 우리 사회 내에서 분열을 조장하기 위한 저급한 대남 심리전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김한길, 정청래에 경고=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는 무인기가 북한 소행이 아닐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같은 당 정청래 의원에게 우회적으로 경고했다. 김 대표는 “우리 당 소속 국회의원님들 한 분 한 분이 당의 얼굴이고 한 분 한 분의 발언은 당론이 아니라도 당의 메시지로서 국민께 전달된다”며 “특별히 선거를 앞두고 있는 만큼 표심에도 영향을 크게 미칠 것이기 때문에 언행에 각별히 신중을 기해 달라”고 말했다. 육군 대장 출신의 백군기 의원도 “우리 당의 동료 의원이 의혹을 제기했는데 또 다른 논란이 벌어져 안타깝다”며 “최종 결과가 발표되지 않았고 북한의 안보 공세가 거세지고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 의원은 “국회의원이 말도 못하는가. 국회의원의 말할 권리를 위해 싸우겠다”며 반발했다.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도 “과학적으로 의문을 제기하면 종북이 되느냐”고 가세했다.

정용수·하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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