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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Report] 마리나, 전국에 30곳뿐 … 그마저 배 대는 용도에 그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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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전국 마리나 수는 모두 30곳이다. 모든 국민이 마리나를 이용한다고 가정하면, 한 곳에 163만5000명씩 몰리게 된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했을 때 마리나 한 곳당 수용 인구는 미국이 2만8900명으로 가장 낮고 영국은 11만2800명, 일본은 22만3000명이다. 그나마 한국에서 레저용 배 200척 이상을 댈 수 있는 마리나는 경기도 화성 전곡항과 부산 수영만 두 군데뿐이다. 그만큼 마리나 산업 여건이 뒤처져 있다는 뜻이다.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이 “외국인들이 요트를 타고 국내에 들어오고 싶어도 배를 댈 곳이 없다”고 한 것도 이 같은 여건을 두고 한 말이다. 게다가 미국에 3만4800개, 일본에 700개가 있는 마리나 관련 업체 수도 정부는 아직 파악을 하지 못한 상태다.

 해수부가 15일 발표한 ‘마리나산업 육성대책’에서 모범사례로 꼽은 마리나는 싱가포르에 있다. 이곳 ‘One15’ 마리나는 요트 수용 규모가 270척으로 부산 수영만마리나(293척)보다 작지만 연간 수익은 One15가 20배 이상 많이 내고 있다.

수영만이 단순히 배를 대는 용도로 만들어진 데 비해 One15는 숙박시설과 스파·헬스클럽, 고급식당, 국제회의장, 테니스장, 요트 수리소를 갖춘 곳이다. 이 때문에 두 마리나 모두 연간 10만 명이 드나드는데도 2012년 수익은 One15가 290억원, 수영만은 14억원을 냈다. 2017년 완공 목표인 6곳의 ‘거점형 마리나’도 싱가포르 One15를 모델로 만들어진다. 항만 내 주거시설 건축을 허용하고, 마리나 시설을 분양할 수 있게 하거나 회원제를 도입해 민간 자본도 유치하기로 했다.

  마리나 주유 시설을 물에 띄우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미국·유럽·호주에선 주유기를 물 위에 설치해 요트가 주유기에 접근하기 쉽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하면 요트 운전자 스스로 기름을 넣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주유기를 땅 위에 설치해야 하기 때문에 요트 이용자들이 불편을 느끼게 되고, 이것이 요트산업 활성화를 가로막는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기름이 밖으로 흘렀을 때를 대비한 방제 조치만 잘 갖춘다면 우리도 미국·유럽과 같은 시설을 설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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