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침설』합리화 꾀한 호도책-심상찮은 북괴의 최근 동향…한-일 전문가들의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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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최근 북괴의 동향에 여러가지 추측이 나오고 있다. 북괴는 판문점사건을 왜 일으켰을까하는 문제 외에도 북괴 내부의 심상치 않은 움직임들이 일고 있다는 보도가 있다. 북괴는 일본상사원들의 출국을 요구했는가하면 당분간 입국을 중지하도록 일본측에 요청했다. 9·9절 행사도 대규모로 했던 북괴였으나 올해에는 이것을 중지했고 방일예정이던 소년예술단마저 예정을 취소했다. 북괴내부의 일련의 사태에 관해 한국과 일본의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해본다.
일본에서는 판문점사건이래 북괴의 동향을 두가지 면에서 주의 깊게 분석하고 있다. 한가지는 북괴의 내부모순이 심화·격화된 것과 관련해서 보는 견해고 또 하나는 판문점사건을 계기로 미국이 취한 군사적 강경조치에 대한 북괴의 대응책과 관련된 견해다.
북괴는 8월 중순 스리랑카 비동맹회의에 대비, 소위 8·5성명을 발표하여 한미양국이 북진의 위기를 조성하고있다는 구호를 내세웠다.
북괴는 이같은 구호를 이용해서 사전에 기도한대로 비동맹회의의 정치관들과 한반도문제에 대한 결의를 실현하려했다.
그러나 이같은 획책이 김일성 자신의 회의출석실패 등 여러가지 점에서 성공할 것 같지 않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미군을 습격하고 스리랑카 회의에 쏠려있는 이목을 판문점에 있는 미군의 존재에 향하도록 했다. 이같은 획책도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미국의 강경한 대항조치를 초래했다.
북괴는 판문점사건을 도발함으로써 8·5성명에서 내외에 경고한 남으로부터 북진의 위기를 국민에게 강하게 인식시키려 하고있었다. 북진의 위기를 내세운 것은 경제건설이 벽에 부딪치고 정치적으로 김정일 옹립을 둘러싼 구세대와 신세대의 대립 등 내부모순의 배출구를 외부에서 찾으려는 계산으로 풀이될 수 있다.
그러나 김정일 옹립을 둘러싼 권력투쟁이 일부에 전해진 것처럼 구체적으로 김정일과 김성애의 대립으로 볼 수 있을 것인지는 자료가 아직 없다.
오히려 구세대와 김정일을 둘러싼 신세대의 대립으로 보고 좀더 정세를 추적하는 객관적인 태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판문점사건 후 북괴는 평양주재 일본 무역회사직원 20여명을 『생명과 재산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이유로 일본에 돌려보냈다. 일본 무역회사직원들이 귀국 후 밝힌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들어보면 평양은 판문점사건 전후로 등화관제가 실시되었고 공습경보도 있을 정도로 긴장감이 감돌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평양시민들의 일상생활은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한다.
이런 점에서 북괴의 8·5성명을 상기하면 북괴는 북진의 위기를 스스로 조성한 판문점위기에 결부시켜 국민들에게 8·5성명의 실증을 보여주려고 했던 것 같다.
일본에서 주목을 끌고있는 조총련측 9·9절 축하단 평양방문·해외에서의 9·9절 행사·일본 독매신문이 초청한 소년예술단의 방일 등을 일체 중지한 것은 8·5성명이 강조한 북진의 위기의 대외선전과 똑같은 양상을 띤 일련의 조치로 볼 수 있다. 【박건언(하야시·다떼히꼬)<일본 상께이 신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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