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야구는 남미에 「한국」을 심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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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브라질=허준통신원 연단】지난 8윌1일부터 남미「우루과이」에서 개최된 제5회 세계대학생 축구대회에서 한국대학선발「팀」이 뜻밖에 우승을 차지, 선풍을 일으켰다. 이 기사는 본사의「브라질」주재 허준통신원이 당시 한국「팀」활약상을 남미 순방중인 선수단의 이종하단장·전광용·최은재「코치」등 임원들을 통해 취재, 보내온 것이다. <편집자주>

<기후 몰라 감기소동>이 대회에 처음 출전한 한국「팀」은「스포츠」외교에만 뜻을 두었을뿐 대회의 수준이나 각국의 실력에 관해 아무런 지식이 없었으며「우루과이」의 기후조차 알지 못했다.
더운 곳이리라는 막연한 상식으로 선수들은 여름「유니폼」만 준비, 경기 때 반소매「유니폼」을 입은「팀」은 한국뿐이었다.
그러나 현지의 날씨는 한국의 11월처럼 으스스 추웠고 밤이면 기온이 겨우 영상을 맴도는 정도여서 7월26일 도착하자마자 대부분의 선수들이 감기를 앓으며 부랴부랴「코트」를 사 입는 법석을 떨었다.
현지 축구인들이나「매스컴」들은 한국「팀」을 과소평가, 한국이 속한 예선3조(한국·브라질·칠레·프랑스)서는「브라질」과「칠레」가 결승「토너먼트」에 오를 것이 틀림없다고 단정할 정도였다.

<예선수위에 한국 붐>「프랑스」와의 예선「리그」첫 경기는 지나친 긴장과 위축감에다 질퍽한「그라운드·컨디션」때문에 처음엔 고전,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자신을 얻어 분전한 끝에 1-1로 비겼다. 한국「팀」은 이후 자신감을 갖고 임전, 「브라질」「칠레」를 잇따라물리쳐 놀랍게도 예선수위를 차지하자「리베라」시가 온통 한국「붐」으로 충만했다.
깨끗한「매너」와 아기자기한「플레이」를 펼치는 한국「팀」의 인기는 15개 출전국중 으뜸이었다.

<거친 파라과이>「몬테비데오」로 옮겨 벌어진 준준결승전과 준결승에서「세네갈」과「네널란드」마저 패기의 한국「팀」에 고배를 들자「우루과이」국민들은 아예 한국「팬」으로 전향, 결승전때는 이웃나라인「파라과이」보다 한국을 더 열렬히 응원했다.
「파라과이」는 거칠기로 정평있는「팀」. 공교롭게도 주심으로부터 한번도「옐로·카드」(경고)를 받지 않은 가장 신사적인「팀」과 가장 포악한「팀」이 패권을 다투게 된 것이마.
그러나 승리는 끝내 한국에 돌아왔다.
「우루과이」관중은 놀라움을 표시하면서도 전혀 예기치 않게 수준높은 경기를 벌인 한국 「팀」에 갈채를 보냈고 교포들이 만들어 준 태극기를 힘차게 흔들며 우승을 축하해 주었다.
당초부터 기대않았던 우승도 감격스럽거니와 한국대학축구는「스포츠」외교에 전례 드문 성과를 거둔 것이다.

<돈걸고 내기까지>한편「파라과이」이민인 신간수씨가 말하는 것을 보면 축구광인「파라과이」국민들은 『한국쯤은 문제없다』고 큰소리치며 선뜻 많은 돈을 걸고 내기를 하는 등 거리가 떠들썩하게 기고만장해하다가 「라디오」중계방송으로 한국이 우승했다는 소식을 듣자 금새 시가가 죽은 듯 조용해졌다고 한다.
다혈질인「파라과이」인들은 한국교포를 보면 『총으로 쏴 죽이겠다』『한국으로 돌아가라』『두고 보자, 보복하겠다』는 등 농담인지 진담인지 모를 말을 신경질적으로 내뱉기도. 그래서 신씨는 한국「팀」이 순회 경기차「파라과이」에 오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말했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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