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하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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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아프리카」의 강줄기를 따라 호수에 사는 하마는 몸길이가 4·5m, 어깨 높이가 1·5m, 그리고 몸무게 4t의 거구. 수중의 부력을 이용해야만 움직이는 우둔하고 험상궂은 동물이다.
창경원 우리 안에 갇힌 하마를 보고 관람객들은 짧고 볼품없는 다리로 도대체 저 큰 몸집을 어떻게 버티나 하고 궁금해한다. 그러나 그 짧은 다리는 큰 힘을 갖고 있어 사람이 탄 작은「보트」나「모터·보트」까지 발로 쳐서 엎어 버리는 무서운 힘을 갖고 있다.
하마는 거의 온종일 우리 안「풀」에서 텀벙거리며 더위를 이긴다. 여름엔 식욕이 왕성해져 온몸에 광택이 번들거린다.
하마는 생김새처럼 상냥하나 한번 수선을 떨면 막을 길이 없다. 사육사가 나타나고 기분이 좋으면 공연스레 입을 쩍쩍 벌리며 심한 물장구를 치며 사육 사에게 응석을 부리듯 수선을 피운다.
창경원의 하마는 오랫동안 사람의 손에 길들여졌기 때문에 양순하기 짝이 없다. 사육사가 문을 열면 벌떡 일어나 덤벼드나 이것은 사육 사를 해치려는 것이 아니라 어서 먹이를 달라는 시늉이다.
하마 우리엔 항상 찬물이 흘러 넘쳐 한국의 무더운 여름을 넘기기엔 별 고통이 없다. 그러나 지난주 잠시 예고 없는 단수로 혼이 났으나 관계자들의 재빠른 조처로 별탈은 없었다.
연중 삼복인 원산지에서 하마 떼들은 무더운 더위를 피하고 먹이를 찾기 위해 늪을 떠나 땅에 오른다. 자신의 배설물로 만들어 놓은 귀로의 표지가 낮잠을 자는 동안 퍼부은 변덕스런 소나기에 씻겨 하마는 그만 길을 잃고 일생동안 고향 없는「집시」생활로 끝을 마쳐야 하는 수가 있다.
창경원의 하마는 곧잘 구경하는 사람들의 더위를 식혀 주는 때가 있다.
짓궂은 사람이 가끔 돌이라도 던지면 하마는 앙칼진 눈을 부릅뜨고 큰 입을 쩍 벌리며 달려든다. 철창이 가려 위험은 없지만 순간적이나마 사람들은 등에 식은땀을 흘릴 만큼 아찔함을 느낀다.
김정만<창경원 수의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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