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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펭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흰색의 넓은 앞가슴에 검은빛의 짧은 날개를 한 모습이 흡사 연미복에 흰「와이샤쓰」를 받쳐입은 것 같다. 「펭귄」새는 그 이름이 『백색머리의 새』란 뜻을 가지고 있다. 물 속에서 시속 40km로 수영할 수 있는 「펭귄」은 새라기보다는 차라리 물고기의 기능을 가졌다고나 할까. 남극의 빙상을 보금자리로 하여 수천 마리가 무리를 이루어 군서 생활을 하면서도 자기 아내, 남편 외에는 절대로 눈을 팔지 않는 정조 관념이 철저한 새. 그 지극한 부부애로 어느 한쪽이 먼저 죽으면 나머지가 곧 뒤따라 죽는 예가 보통이다.
「펭귄」은 세계적으로 인공 사육이 어려운 동물이다. 국내에서도 6개월을 넘기지 못하는 것으로 돼 있다. 용인 자연 농원엔 4월 6마리가 들어 왔는데 지금껏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다. 고향이 남극인데다가 인공 사육이 어려워 「펭귄」의 여름 보내기 작전에 사육사들은 온갖 정성을 다하고 있다.
1백여평의 「풀」엔 차갑고 깨끗한 물이 항상 순환 돼 「펭귄」의 체온을 식힌다. 지하 1백m에서 끌어올린 무인의 지하수에서 「펭귄」은 기분 좋게 수영을 즐기며 한국의 여름을 보낸다. 「펭귄」의 피부엔 곰팡이류의 미생물 번식이 심하다. 그래서 사육사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이 이 미생물 번식을 막는 일이다. 「펭귄」도 하루에 1∼2시간 정도 일광욕을 하면서 자기 몸의 균을 죽인다.
날씨가 더우면 「펭귄」은 식욕을 잃기 쉽다. 정어리를 즐겨먹는데 그것도 대단한 미식가라 싱싱한 것이 아니면 고개를 돌린다. 용인에선 별식으로 가끔 새우를 먹이는데 입맛이 날땐 한꺼번에 1kg씩 먹어치운다. 4kg의 몸무게와 70cm의 체격에 비해선 엄청난 식욕이다. 요즘은 「테라마이신」 종류를 고기 내장에 넣어 주고 1주일에 한번씩 간유구와 이틀에 한번씩 「비타민」을 먹여 여름철 체력 유지와 식욕을 잃지 않게 신경을 쓴다. 사육사들의 조바심엔 아랑곳없이 「펭귄」은 샤워·식사·수영·일광욕·식사·샤워 등 하루 「스케줄」대로 한국의 여름을 즐기고 있다. 「펭귄」의 재롱을 보면서 탈없는 여름이 되도록 관계자들은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데 「펭귄」녀석들은 이런 고생을 알기나 하는지.
우영제 <용인 자연 농원 동물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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