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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중소기업자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중소기업 제1의 공적은『불황이 아니라「인플레」라는 것이 미국경제의 정세이다. 그것은 「인플레」자체가 중소기업의 경기 대응력 을 약화시킬 뿐 아니라 더욱 치명적인 자금난을 예고하기 때문이다.「인플레」가 장기화되면 예외 없이 통화긴축정책이 채택되지만, 이 경우 맨 먼저 금융시장에서 배제되는 것이 바로 중소기업인 까닭이다.
이런 사정은 우리 나라도 전혀 다를 바 없다. 정부가 긴축을 내세운 이후 줄기차게 자금난이 호소되어왔지만 결국 따지고 보면, 중소기업체의 자금난이다. 성역화 되어온 수출업계는 크든 작든, 거의 제한 없는 자금지원 을 받아온 셈이고. 대기업은 또 그 나름으로 돈줄을 띨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
올해 상반기의 긴축과정에서도 큰 업체들은 수출금융이나 단골은행 또는 계열 단자회사 등을 통해 그런 대로 갈증을 풀어온 셈이다. 상반기 중 4천4백억 원의 금융대출이 나갔지만, 이런 돈의 태반이 수출업자와 대기업에 나가 내수부문의 중소기업은 거의 돈줄이 막혀온 셈이다.
이런 처지에서 중소기업에만 따로 자금지원을 해준다는 재무부조치는 업계의 기대를 모을만하다. 너무도 목이 말라 있으므로 어떤 종류의 추가지원도중소기업으로서는 유익하겠지만 그것이 어느 정도의 해갈에 이를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우선 직접적인 혜택은 1백50억원의 수출산업특별자금이지만, 내수부문의 중소기업은 차례가 안 돌아간다. 그 보다는 신용보증기금 8백억 원을 어떻게 중소기업을 위해 활용할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재무부의 종합대책에는 이것을 모두 중소기업을 위해 활용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관례에 비추어 과연 이 보증잔액이 중소기업의 혜택으로만 돌아가게 될는지는 의문이다. 우선 금융대출의 여유자금이 남아돌지 않는 한, 이 보증잔액의 활용이 불가능할 것이다. 상반기에 수출금융에서 너무 많이 풀려나간 결과로 하반기에는 금융긴축을 오히려 더 강화해야될 형편이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덜 긴 축적이었던 상반기에도 중소기업의 몫이 안 남았는데 어떻게 긴축을 강화하면서 지원 폭을 늘릴 수 있겠는가. 외환부문에서 팽창이 억제되어 민간부문에서 공급의 여유가 생기더라도 은행이 그것을 중소기업에 먼저 배정하리라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비록 신용보증이 이루어진다 해도 은행은 전통적인 중소기업대출기피증이 심하기 때문에 쉽게 꾸어주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실질적인 혜택이 되기 위해서는 보증한도만 늘려줄 것이 아니라 실제대출이 가능하도록 금융대출의 일정비율까지 정해주는 것이 효율적이다.
단자회사는 은행보다 중소기업을 더 꺼리는 것 같다. 신용과 담보능력 때문에 중소기업 푸대접 자체를 나무랄 수는 없지만. 이런 중소기업의 약점을 적절히 보완해 주는 것은 정부의 책임이다.
무턱대고 중소기업대출을 산술적으로만 늘리도록 강요하기보다는 신용보증기구를 비롯한 여러 제도적인 보조수단을 연구하고 발전시키는 노력이 더 시급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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