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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들 황금 향한 원초적 본능 깨웠더니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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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 이소영 큐레이터는 ‘황금의 나라, 신라’ 특별전을 마치고 지난 10일 국립경주박물관을 찾았다. 이씨가 뉴욕 전시를 마치고 돌아온 석불 앞에 섰다.

“황금에 대한 원초적 본능을 건드린 게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약칭 메트)에서 지난 2월까지 4개월에 걸쳐 ‘황금의 나라, 신라’ 특별전을 기획한 이 박물관 한국인 큐레이터 이소영(43)씨는 “반응이 기대 이상이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씨는 전시 협조에 고마움을 전하고 한국실에 상설 전시할 신라 유물을 대여받기 위해 10일 국립경주박물관을 찾았다.

 뉴욕 신라전에는 19만4000여 명이 다녀갔다. 메트에서 지난 가을 이후 열린 특별전 중 두 번째로 많았다. 전시에는 금관과 금동반가사유상 등 국보 9점을 포함해 신라 대표 문화재 93점이 출품됐다. 서방에서 신라를 주제로 한 본격 전시가 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980년대 초반 ‘한국미술 5000년전’이 유럽과 미주를 순회하며 딱 한 번 열렸다. 뉴욕타임스는 ‘경주에 가고 싶다’는 내용으로 신라전을 대서특필했다.

 관람객은 금관을 보고 “원더풀”을 연발했다. 이씨는 “메트엔 동서고금의 웬만한 유물이 다 있지만 신라 금관은 특별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동양미술을 전공하면 대부분 안다는 국보 83호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사진) 앞에서 관람객은 떠날 줄을 몰랐다. 신라전을 보러 온 관람객 중 44%가 이 전시 때문에 메트를 찾았다고 한다. 이씨는 “황금에 대한 흥미에다 신라가 실크로드의 종착지였다는 사실이 관람객의 발길을 끌었다”고 분석했다.

 세계 3대 박물관인 메트는 전시 도록 원고를 1년 전에 마감할 정도로 준비가 철저하다. 큐레이터만 100명이다. 이씨는 2003년 메트에 들어갔다. 순전히 운이 좋아서였다고 한다. 1870년 설립된 메트는 1998년 한국실을 개관하고 5년이 지나서야 담당 큐레이터를 찾았다. 그가 컬럼비아대에서 미술사학 박사과정에 다닐 때였다. 공교롭게도 컨설팅 큐레이터로 메트에 가 있던 지도교수가 이씨를 선뜻 추천했다. 이씨는 메트의 큐레이터를 꿈꾸는 후배들에게 “공부할 각오가 돼 있지 않으면 다른 길을 가는 게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인도네시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이찬용)는 당시 인도네시아에서 근무했고 이후 미국으로 옮겨 뉴욕에서 한국문화원장 등을 지낸 뒤 아리랑TV 이사장을 역임했다. 이씨는 프린스턴대 교수(러시아사)로 있는 남편 스티븐 컷킨과 자녀 둘이 있다.

그는 신라전을 앞두고 경주를 4차례나 들렀다. 신라전 성공으로 주변에선 벌써 다음 한국전의 주제를 물어온다. 그는 아시아와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한국문화의 특성을 보여줄 생각이다.

 메트에 대한 자랑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메트는 평생에 한 번은 꼭 가야 할 곳”이라고 했다. 세계를 일주하지 않고도, 타임머신을 타지 않고도 동서 문화의 정수를 고대부터 현대까지 두루 만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경주=글·사진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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