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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소득예술인 과세 방침 어떻게 하나 예술계 반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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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일정액 이상의 수입이 있는 고소득 예술인』에게 과세하려는 정부·여당의 새로운 방침은 이제까지 면세특혜를 누려오던 예술인들을 우선 심리적으로 자극할 것 같다. 비록 「고소득」이라는 단서가 붙긴 했지만 이같은 방침은 「수입의 영세성」과 「문예진흥책」이 바탕이 되어온 극세정책을 뒤엎는다는 결과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시회 한 번에 1∼2천 만원 대의 수입을 올리는 화가와 7만원 봉급에도 갑근세를 내야 하는 봉급자 사이에 형평의 원칙이 논의되지 않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예술인들에게는 이같은 방침이 꼭 지금 제기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아직은 회의적이다. 예술인의 수입에 대한 면세조치는 7l년에 개정된 소득세법에 의해 이제까지 실행되어 왔었다.
각계 예술인들로부터 이 방침에 대한 의견을 들어본다. <편집자주>

<예술활동에 영향 우려>
◇박종화(작가·예술원 회장)
확실하게 결정된 것도 아닌 터에 뭐라고 얘기할 수 없으나 만약 예술인들에 대한 과세가 실현된다면 한창 활발해지고 있는 예술활동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 문제가 표면화한 것은 일부 화가의 전시회 수입인 듯 한데 설혹 그렇다 하더라도 세금의 문제는 화상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문학의 경우 원고지 1장에 고작 몇 백원인데 과연 얼마나 써야 고소득층에 들 것인가. 과세한다 해도 세수의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관계자들이 애만 쓰게 될 것이다. 세금을 받다가 그 액수가 극히 미미한 것이어서 받지 않기로 한 전례도 있지 않은가.

<아직은 시기상조다>
◇백철(평론가·「펜·클럽」회장)
선진국의 예를 봐도 우리나라도 언젠가는 예술인들에게 과세할 시기가 올 것으로 생각했다. 여지껏 우리나라에서 예술인들에게 극세 조치한 것은 예술인들에게 옹기와 신념을 북돋워주고 따라서 예술의 발전을 기하자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과연 지금이 면세특혜를 철회할 적당한 시기인가. 우선 이른바 고소득 예술인이 전체 예술인의 몇%나 되나를 생각해보면 그것이 아직은 시기상조임을 알 수 있다. 가령 문학의 경우를 봐도 고소득 문인으로 꼽힐 사람은 5∼6명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고작 이들 5∼6명만을 위해 극세조치의 기본방향까지도 바꾸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연소득 천만원 이상에만>
◇김성태(작곡가)
나는 정치인이나 국가정책 입안자들이 긴 눈을 갖고 앞날을 대비할 줄 아는 식견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근년에 이르러 몇몇 서가나 문인들의 수입이 나아지고 생활이 향상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에 지나치게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여 세금을 매긴다는 것은 너무 지나친 처사라 생각한다.
예술진흥을 위해 정부가 예술인에게 극세혜택을 베푼지 불과 2년여, 다시 세금 운운하는 것은 너무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는 처사인 듯 하다.
음악인의 경우는 오히려 음악회가 대관료 등으로 적자를 면치 못하느니 만큼 별 문제가 되지 않으리라 믿는다. 정 과세를 하겠다면 상한선을 최소한 연소득 1천 만원 이상은 잡아야할 것 같다.

<「레슨」수입과세는 부당>
◇서계숙(피아니스트·서울대음대교수)
클래식 음악을 하는 사람들에게 음악회란 일종의 연구발표회와 같은 것이어서 화가들의 전시회와는 성격이 다르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재 음악회는 돈을 쓰는 일이지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피아노」·「바이얼린」이나 성악 등의 「레슨」으로 인한 수입이 문제되겠으나 이는 원래 교육이 목적이니 만큼 수입원으로 간주한다는 것은 타당치 않다.
또 실제로 몇몇 음악인을 빼놓고는 「레슨」을 통해 대단한 수입을 올리는 경우도 많지 않다. 과세를 한다고 해도 「레슨」을 받는 학생수가 일정한 것도 아니고 「레슨」비라는 것도 크게 차이가 나므로 정확한 수입액을 밝히기도 어렵다. 구미 어느 나라드 「레슨」비에는 과세를 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있다.

<있던 세금도 감해 줘야>
◇이일(미술평론가·홍대교수)
예술품에 세금을 물린다는 것은 예술이 발달한 외국에서도 보기 힘든 일이다.
우리의 경우는 더구나 있던 세금도 감해주어야 할 상황이다.
그 이유는 첫째 몇몇 「붐」을 이룬 전시회가 있었지만 실지로는 외부에서 보는 만큼 그렇게 실속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또 요즘 화랑의 호황은 비정상적이고 과도기적인 것이어서 과세로 묶어놓을 만큼 자리잡힌 것이 못된다.
둘째 미술품의 매매는 개인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세원을 포착하는데 기술적인 어려움이 크다. 화랑에서의 매매에 세금을 물리면 거래는 점점 개인전으로 될 것이고 화상의 정착에 의한 정상적인 미술시장의 형성은 바라기 어려울 것이다.

<예총과 사전 협의해야>
◇최만린(조각가·서울대교수)
고소득예술가에게 과세를 한다고 하지만 실제 대상이 될만한 사람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 나는 조각을 해온 예술가의 한 사람이지만 작품을 많이 팔아본 적도, 화상과 거래를 해 본 적도 없다. 최근 화랑이 늘어나고 다소 「붐」을 일으킨 것은 사실이다. 따라서 당국에서 과세를 할 것인가에 대해 검토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예총 등 예술인들을 대표하는 기관들과의 광범위한 의견교환을 거쳐 과세를 할 것인가 안할 것인가, 또는 어떻게 할 것인가가 정해지기 바란다. 예술가에 대한 과세는 모처럼 정착초기의 화상·미술가들을 크게 위축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문예진흥책과 상반>
◇변종하(서양화가)
예술창작품에 대해 과세를 한다는 보드를 보고 느끼는 것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문예진흥책과 전혀 상반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지금 학교나 단체 등에 직업을 갖지 않고 작품만으로 생활할 수 있는 예술인이 과연 몇이나 될까. 대부분의 작가·미술인들은 생계조차도 해결이 되지 않는 실정이다.
또 당국에서는 그림이란 「캔버스」만 펴놓으면 되는 것으로 쉽게 생각지 말아주었으면 싶다. 하나의 작품 뒤에는 오랜 시간과 고통,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한 노력이 뭉쳐져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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