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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가 만난 사람] 박 대통령에겐 ‘수첩 비서’보다 나 같은 파트너 필요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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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0호 08면

인천시

인천은 늘 전국 단위 선거의 풍향계였다. 지난 대선 때도 이곳에서의 여야 후보 득표율(박근혜 51.6%, 문재인 48.0%)이 전국 득표율과 똑같았다. 지방선거에서도 인천을 이긴 당이 전체 승리를 거머쥐었다. 새누리당이 송영길 현 시장에 맞서 유정복 전 안전행정부 장관까지 차출한 것도 이런 연유에서다.

재선 도전 송영길 인천시장

여당의 총력전에 송 시장은 어떤 승부수를 준비하고 있을까. 지난 2일 새벽 청소 현장과 김밥집, 송도 국제행사장을 함께 돌며 2시간가량 진행된 인터뷰에서 그는 구체적 수치와 사례를 들며 인천시 부채 논쟁과 힘 있는 시장론, 인천 홀대론 등 여당의 잇따른 공세를 강하게 반박했다.

문익점·장영실 리더십이 진짜 창조경제
-재선에 도전하는 각오는.
“해보니까 단체장은 8년 하는 게 책임정치에도 맞는 것 같다. 4년 후 중간평가를 받고. 실제로 수도권에서 재선에 도전했다 떨어진 광역단체장은 한 명도 없었다. 초선만 한 경우는 모두 대선 프로젝트 등 개인적 사유로 그만둔 거다. 나도 시정 파악에 3년 걸리더라. 살아 있는 현장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절대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관내 사람이 사는 섬 전부를 돌아본 시장도 내가 유일하다.”

-재임 중 특히 역점을 둔 사업은.
“무엇보다 스토리 텔링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잘한 것 세 가지를 꼽으라면 포철을 만들고 부가세와 전 국민 의료보험제를 도입한 걸 들 수 있다. 철이 산업의 쌀 아니냐. 포철에서 만든 강판으로 공업화가 가능했다. 또 정보기술(IT) 산업의 쌀은 반도체다. 삼성이 수원에서 시작해 김대중(DJ) 정부 때 꽃을 피웠다. 이젠 생명공학(BT)이다. 지금 같은 고령화 시대엔 BT가 살길이다. 올 연말엔 인천 송도가 바이오시밀러 분야에서 세계 1위가 된다. 내가 꿈꾸는 스토리는 이렇다. 대한민국의 산업 패러다임이 포항에서 시작해 수원을 거쳐 송도의 BT에서 꽃을 피운 뒤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세계로 뻗어나가는 거다.”

-박근혜 정부도 창조경제를 강조하는데.
“창조경제가 추상적이란 비판을 받고 있는 데 비해 인천은 손에 잡히는 성과를 만들고 있다. 내 임기 중에만 61억 달러 규모의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유치했는데 거의 대부분 부가가치가 높은 분야다. 이를 통해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창출해야 노동자도 높은 임금을 받을 수 있지 않겠나. 또 그냥 버려지는 LNG 냉열을 이용해 세계 최대 규모의 동계 스포츠 센터를 세우고 쓰레기 매립장을 제2의 테마파크로 만들 거다. 이런 게 진짜 창조경제 아니겠나. 일지매·장길산 리더십도 중요하지만 문익점·장영실 리더십이 있어야 먹고살 걸 마련할 수 있지 않겠나.”

그러면서 그는 “박 대통령이 강조하는 창조경제와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가장 잘 뒷받침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송영길”이라며 “지금 박 대통령에겐 수첩에 받아 적기만 하는 비서가 아니라 나처럼 시민의 목소리를 생생히 전달할 수 있는 성공 파트너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비서란 유 전 장관을 지목하는 건가.
“자기 의지 없이 끌려왔다는 게 핵심이다. 밑에서 시작하는 게 정치지, 위에서 내려오는 관찰사는 시대착오적이다. 김포에서 뼈를 묻겠다는 분이 그렇게 지역을 함부로 바꿔서야 되겠는가. 인천시민의 자존심이 있지, 인천은 벼락치기로 되는 곳이 아니다.”

-유 전 장관은 힘 있는 시장을 내세우는데.
“(목소리를 높이며) 대체 그 힘이 누구에게서 나온 거냐. 대통령이 완장 채워준 힘은 대통령을 위해 복무할 뿐 인천을 위한 게 아니다. 만약 국가재정이 어려우니 인천공항 지분 좀 팔아야겠다면 그가 반대할 수 있겠나. 비서실장 하나 믿고 낙하산으로 원정 출마하러 온 건데, 그래선 지속 가능성이 없다. 그도 대통령에겐 ‘원 오브 뎀’일 뿐이다. 반면 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신도 아니고 DJ 비서 출신도 아니다. 인천에서 노동운동하면서 자생적으로, 바닥부터 커온 정치인이다. 게다가 대통령은 점점 레임덕으로 들어가고 나는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될 텐데 그럼 누가 더 힘 있는 시장이 되겠느냐.”

야권, 어떻게 국민 먹여 살릴지 대안 내야
인천시장 선거의 최대 쟁점은 단연 부채 논쟁이다. 유 전 장관도 중앙SUNDAY와의 인터뷰(3월 16일자 11면)에서 “송 시장 임기 동안 7조원 부채가 13조원으로 늘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송 시장은 “팩트 자체가 틀린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인천시 부채는 2010년 7조원에서 지난해 9조원으로, 영업부채를 합하면 9조원에서 13조원으로 늘었다. 그런데 어떻게 전혀 기준이 다른 수치를 비교하느냐. 공부도 안 하고 안상수 전 시장의 잘못을 그대로 되풀이하는 거다. 그나마 이는 감사원 감사 결과 안 전 시장이 분식회계 등을 통해 숨겨둔 것으로 밝혀진 2조2000억원의 부채는 제외한 수치다. 이자만 하루 11억원씩 1년에 4000억원을 갚으면서도 부도 안 내고 오히려 지난해엔 총부채를 4300억원이나 줄였다. 도대체 내가 뭘 해서 부채를 늘렸다는 거냐. 내 임기 중 늘어난 부채는 아시안게임 경기장 신축과 도시철도 건설 비용이 전부다. 장관 할 땐 지방세 깎는 데만 앞장서더니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TV토론을 해도 단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인천 홀대론도 논란거리다.
“나 때문에 인천이 홀대받는다는 주장은 박 대통령을 모욕하는 거다. 100%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약한 분이 지지자들만 챙기면 대통령 자격이 있겠느냐. 마찬가지로 야당 시장이 새누리당 출신 구청장을 홀대하면 시장 자격이 있겠느냐. 대통령을 모시던 사람으로서 그렇게 말하는 건 자기모순이다. 오히려 새누리당이 문제다. 황우여 당대표에, 대통령을 누나로 부르는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에, 비서실장을 지낸 이학재 의원까지 인천에 이렇게 여당 실세가 많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 예산 확보가 당면 현안일 때도 국회 예결위 소위에 인천 출신 의원을 한 명도 못 넣더라. 야당은 들어갔다. 대체 누가 인천을 홀대하는 거냐.”

-최근 지지도가 엎치락뒤치락하고 있다.
“지지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4년 전에도 마지막 날까지 7%포인트 뒤졌지만 결과는 8%포인트나 이겼다. 다녀보면 실제 분위기를 알 수 있다. 그건 저쪽도 정확히 알 거다. 전망? 이길 것 같다(웃음).”

-어떤 구도로 선거를 치를 건가.
“색깔이 좋은 것 같다. 신당도 바다 파란색을 상징색으로 정했는데 마침 인천도 똑같다. 블루 오션으로 가는 거다. 국민은 국가를 위해 협력할 땐 협력하고 싸울 때를 정확히 구분하길 원한다. 이게 새 정치고 블루 오션이다. 반면 여당은 레드 오션이지 않나. 색깔론으로 싸울 테니. 붉은 대한민국으로부터 푸른 대한민국을 지켜내야 미래가 있다.”

-야권 통합신당은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
“(잠시 고민하더니) 민주세력이 집권하려면 어떤 경제 리더십과 파트너십을 구축해 국민을 먹여 살릴지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대기업과 결합해, DJ는 벤처와 신지식인 컨셉트로 나라를 이끌었다. 지금 야당의 문제는 경제성장과 국가안보 담론이 취약하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문국현·안철수 현상이 나온 것 아니겠나. 분배도 성장 없인 불가능하다. 야당도 앞으론 성장의 퀄리티로 승부해야 한다.”

-재선하면 3선에 또 도전할 건가.
“3선은 안 한다. 2017년 대선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어떤 리더십도 완벽한 건 없다. 라디오에 전파가 잡히듯 그때 시대상황이 나의 장점과 맞아떨어지면 쓰이는 거고, 아니면 쿨하게 그냥 지나가는 거다. 대한민국이 필요로 하는 리더십은 네 가지가 있다고 본다. 국제외교 역량, 남북관계 비전, 지속가능한 성장전략, 국민통합 등인데 언제든 감당할 준비는 돼 있어야 하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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