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삼의 구조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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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령」자 붙은 것은 실상은 모두가 정체불명이다. 신령·영기·영혼·무령… 모두가 정체를 알 수 없는 것들뿐이다.
인삼의 정체도 분명치가 않다. 그래서 영약이란 말이 나왔을 게다. 약효는 아득한 예부터 알려지고 있었지만…
세계 최고의 의서라는 신농본초경에서도 인삼에 관해 『오장을 보하고 정신을 편안케 하며 혼백을 안정시키며… 눈을 밝게 하고…』라 적혀있다.
같은 인삼이라도 산지에 따라 약효는 크게 다르다. 적어도 옛사람들은 그렇게 보았다. 그래서 한국의 인삼은 미국의 화기삼의 5배, 일본산의 10배, 만주산의 15배나 값이 비싸다. 그러나 왜 약효가 다른지는 분명치가 않다.
인삼의 성분을 학술적으로 구명하기는 1950년대 미국의 과학자들이 처음이었다.
이때 가려낸 것은 「파나키론」뿐 이었다. 그후 「파나센」·「파낙소」산·「사포닌」등이 발견되었다. 그러나 그 이상의 특출한 발견은 없었다.
가령 세포를 만들어내는 핵산이나 단백질의 도식에 인삼이 좋다는 것은 알고 있어도 왜 좋은지는 아직도 모른다. 노인병에도 좋다지만, 역시 왜 좋은지는 알지 못하고 있다.
인삼이 「스트레스」해소에도 효험이 있다는 것은 1963년에 소련의 학자가 국제약리학회에서 밝힌바 있다. 그러나 어느 성분이 그런 효과를 나타내는지는 밝히지 못했다. 하기야 최근까지에 밝혀진 성분들도 적지는 않다. 간장병에 좋다는 「프로스티졸」, 암에 좋다는 「게르마늄」등이 확인되기는 했다.
그러나 이런 성분들의 약효도 학술적으로는 구명되지 못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래서 인삼은 아무 쓸모 없고 이름뿐의 영약이라고 호되게 평가하는 학자들이 구미에는 많았다.
최근에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두 한국인학자의 공동연구로 인삼에서 항암작용을 하는 물질의 화학구조식이 구명되었다.
인삼이 그 신비의「베일」을 또 한 겹 벗게된 것이다. 여기에 따르면 지금까지 알려진 것처럼 「사포닌」이나 「게르마늄」이 아닌, 전혀 다른 지용성 물질이 항암작용을 한다는 것이다.
결국 인삼은 한국인이 제일 잘 안다는 얘기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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