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내일의 꿈」을 위해 땀 흘리는 현장 ④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장마가 끝나고 섭씨 30도 이상을 기록한 22일. 전북 완주군 속상면 수만리 주민들은 뙤약볕 아래서 삽과 괭이·지게 등 원시적인 장비로 찻길 뚫기에 여념이 없었다.
전주에서 동북쪽으로 불과 20여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인데도 『육지 속의 섬』으로 불릴만큼 첩첩산중이어서 갖가지 산물이 풍부하면서도 소달구지 조차 들어갈 수 없는 교통불펀 때문에 수만리는 전북 제1의 낙후마을로 꼽힌다.
1백11가구 6백여명의 주민들은 길을 내는 것만이 소득을 올리고 문명의 혜택을 받아들여 낙후마을이라는 불명예를 씻는 지름길임을 확신, 금년 1월 도로개설 추진위원회를 구성했다.
3월10일부터 수만리마을과 간상저수지·소양면 위봉리를 잇는 길이 4km·폭 6m 공사에 들어가 현재 3·2m의 길을 뚫었다. 모내기가 끝나 한숨 돌릴 시기인데도 수만리 마을사람들은 15세부터 70세노인, 그리고 부녀자들까지 날마다 도로개설작업장에 도시락을 싸들고 나와 산허리의 바위를 캐내고 나무뿌리를 자르는 등 비지땀을 흘리고있다.
21일 해가 뜨면서부터 이곳에 나와 마을 사람들과 함께 도로변 축대 쌓는 일올 하고 있던 장형선씨 (40·수만리)는 『가까운 도회지인 전주나 고산까지 나가기 위해서도 산천을 6km나 걷거나 배를 타고 속상저수지를 건너 다시 3km이상 걸어야 차를 탈 수 있는 교통 불편 때문에 연간 5천여만원의 손실을 보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자동차 길을 내는 것은 선조 대대로 내려오는 이 마을의 숙원이라고 말했다.
수만리에는 57h의 전답과 2천2백30ha의 임야에서 연간 천4백50동 (1동=1백접) ,양잠 6천kg, 표고버섯 4만본 등 가구당 평균소득이 71만원 정도가 되고 있으나 감의 경우 3km떨어진 소양면 위봉리에서 점당 1천5백원씩 받을 수 있는 것을 8백원의 헐값에 팔아 넘겨야하고 산나물·약초·목재 등 각종 임산물은 채집해 놓고서도 운송수단이 없어 그대로 썩히는 경우가 많다는 것. 이 때문에 이마을은 주산물인 감에서만 연간 3천1백50여만원의 수익을 놓치고 있다.
장씨는 『지금까지 주민들의 힘만으로 3·2km의 길을 뚫었으나 위봉사에서 수만리로 넘어가는 해발 5백m의 만덕산이 온통 바위로 되어있어 1백20m의 육교를 가설해야 하는데다 개선된 도로 가운데서도 5백여m 1백50개소의 암석을 발파해야 하는 어려움이 뒤따라 군에서 지원계획을 세우고 있는 7백만원의 자금만으로는 도로를 완공하기가 힘들다』며 주민들의 노력이 결실을 하지 못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도로개선추진위원장 김인시(7l)씨는『5대째 살아온 이마을에 널따란 한전이 트이는 것을 보는게 평생 소원으로 돌 한 개·풀 한포기라도 뽑아 작업을 거들기 위해 앞장섰다』고 말했다.
수만리 마을 사람들은 이 길이 뚫리게 되면 농·임산물 신속운송으로 수익증대를 가져오는 것은 물론, 인근 위봉산성과 성봉폭포 등 관광지개발과 함께 이곳에서 무주구간 등·쇄안 마이산·대둔산둥지로 연결되는 유일한 관광도로가 되어·이에 따른 관광 수입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