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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수' 만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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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울산 모비스 선수들이 10일 창원에서 열린 창원 LG와의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6차전에서 승리를 거둔 후 유재학 감독을 우승 헹가래치고 있다. [창원=뉴스1]
창원 LG와 울산 모비스의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한 모비스의 문태영이 MVP를 차지하고 트로피에 입을 맞추고 있다. [창원=뉴시스]

프로농구에 모비스 왕조가 탄생했다.

 모비스는 10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3~2014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7전4승제) LG와 6차전에서 79-76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모비스는 4승2패로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챔피언에 등극했다. 전신인 기아 시절까지 합쳐 통산 다섯 번째 우승이다. KCC와 프로농구 통산 최다 우승 동률 기록이다. KCC도 전신인 현대 시절까지 다섯 번 우승했다. 하지만 모비스는 2000년대 들어 네 번이나 우승하며 신흥 강자로 굳게 자리를 잡았다. 단일팀으로는 통산 최다 우승 기록이기도 하다.

 그 중심에는 유재학(51) 감독이 있다. 유 감독은 2004년 모비스 지휘봉을 잡았다. 2006~2007, 2009~2010, 2012~2013 시즌에 이어 올 시즌까지 팀을 정상으로 이끌었다. 10년간 네 번 우승해 3회 우승한 신선우·전창진 감독을 제치고 통산 최다 우승 감독이라는 영광도 차지했다.

 6차전에서 격전이 이어지며 4쿼터 막판 함지훈은 부상으로 벤치로 나가고, 문태영은 5반칙으로 물러났다. 양동근은 코트를 지켰지만 다리를 절룩이며 힘겨워하는 모습이었다. 종료 1분 전까지 1점 차 접전을 벌였지만 종료 4초 전 모비스 외국인 선수 로드 벤슨이 덩크슛을 꽂아넣으며 승리를 결정지었다.

 시리즈의 승부처는 4차전이었다. 모비스는 1차전에서 승리한 뒤 2, 3차전에서 패하며 위기에 몰렸다. 유 감독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4차전에 매치업을 바꾼 게 성공을 거뒀다”고 분석했다. 3차전까지는 로드 벤슨을 활용해 막았던 LG의 데이본 제퍼슨을 4차전부터 함지훈과 문태영이 번갈아 방어했고 이게 효과를 봤다. LG의 또 다른 해결사 문태종은 부상에서 회복한 신인 이대성이 찰거머리처럼 막았다. 6차전에서 문태종은 이대성에게 막혀 12득점에 그쳤다. 만수(萬手)라는 별명이 붙은 유 감독의 꾀주머니에서 나온 전략이 이번에도 맞아떨어진 것이다.

 MVP는 문태영(36)이 차지했다. 챔피언결정전 6경기에서 모두 20점 이상 득점하는 꾸준한 활약을 펼쳤다. 문태영은 매치업 상대가 누구든지 개의치 않지만 유독 친형 문태종(39)을 의식한다. 유 감독은 “어렸을 때부터 둘이 같이 농구를 했는데 문태종이 워낙 잘해 태영이가 형을 이기고 싶어하는 것 같다”고 했다. 형과 맞대결에 무리한 플레이를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기우였다. 문태영은 6차전에서도 25득점·11리바운드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30대 중반에 들어선 양동근(33)도 숨은 주역이다. LG의 가드 양우섭에게 전담 마크당하면서도 헌신적인 팀플레이로 동료를 도왔다. 가드이면서도 상대 센터를 스크린으로 막아주며 문태영에게 슛 찬스를 만들어줬다. 기록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양동근의 희생이 있었기에 문태영이 안정적으로 득점할 수 있었다. 유 감독이 우승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선수로 망설임 없이 양동근을 꼽는 까닭이다.

 정규리그에서 우승을 차지한 LG는 챔피언결정전에서는 경험 부족을 드러내며 준우승에 만족했다. 수퍼 루키 김종규는 6차전에서 16분36초 동안 3점·3리바운드를 기록하며 첫 시즌을 마쳤다.

LG는 부상으로 6차전에 결장한 김시래의 공백이 아쉬웠다. 정규리그와 달리 챔피언결정전에서는 제퍼슨과 문태종에게 지나치게 의존했던 게 패인으로 꼽힌다.

창원=박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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