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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소리나는 상자」의 세계(텔레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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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텔레비전」을「소리나는 상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많은 미국 사람들은 집에 있는 동안 줄곧「텔레비전」을 켜놓은 채 식사·부부싸움·토론을 하기도 하고 낮잠을 자거나「카드」놀이를 한다는데서 유래한 별명이다.

<친청각인간…새 혁명주역>
평균적인 미국의 어린이는 18세가 될 때까지는 벌써 2만2천시간이나「텔레비전」을 시청하면서 60만건의 TV광고를 본다는 통계가 나와있다. 그래서 어린이들의 성장과정에서 TV는 부모 바로 다음자리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학교와 교회보다 TV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데이비드·리스먼」은 1950년대에『고독한 군중』이라는 저서에서「뉴스·미디어」에 의한「새로운 인간」의 탄생을 예고했고「마셜·맥루헌」은 TV가 만들어 내는「시청각 인간」이 새로운 혁명의 주역이라고 말했다. 『「마르크스」도 없이, 예수「그리스도」도 없이』라는 책의 저자인「프랑스」의「칼럼니스트」「장·프랑스·레벨」은 새로운 미국혁명은 정보혁명이 주도한다고 말했다.
그들의 예고는 빗나가지 않았다. 「워터게이트」사건은「워싱턴·포스트」지의 두 젊은 기자가 폭로했다. 그것을 TV가 받았다. 상원 특별위원회의「워터게이트」청문회와 하원사법위원회「닉슨」탄핵 심의과정을 TV가 실 생중계 할 때「닉슨」의 정치생활은 종말을 맞았었다.

<정객 앞선 뉴스해설자 인기>
같은 이야기는「존슨」에게도 해당된다. 월남전에서 미국의 젊은이들이 쓰러지는 장면을 TV가 미국의 안방에 직접 비칠 때「존슨」대통령의 재출마 포기는 불가피 했다. 그러니까「매스·미디어」는 한 세대 중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두 사람의 미국대통령을 추방한 셈이다. 이것은 정치적인 측면에서 거둔 정보의 위력이다.
「유·에스·뉴스·앤드·월드·리포트」지가 해마다 실시하는『누가 미국을 움직이는가』라는 여론조사에서 금년에는 CBS방송의「월터·크롱카이트」가 마침내 여섯 번째 자리로 뛰어 올랐다. 「케네디」후「험프리」「록펠러」「맨스필드」「앨버트」같은 지도자들 보다「크롱카이트」가 앞자리를 차지한 것이다. 한층 놀라운 일은 74년에는 미국의 권력기구를 묻는 설문에서 TV가 백악관·대법원·의회를 재치고 첫자리를 차지한 사실이다. 75년과 76년 TV는 3번째 자리로 정착했다.
「크롱카이트」의 저녁「뉴스·프로」를 시청하는 사람은 2천5백만명 이라고 세계의 어떤 지도자나 영웅도 매일 그렇게 많은 청중의 시선을 집중시키지는 못한다. NBC방송의「존·첸슬러」는 1천8백만명, ABC의「해리·리즈너」는 1천5백만명의 고정 시청자를 가지고 있다. 영향력에서 TV가 백악관을 위협하는 이유를 알만하다. 사람들은 TV의 말씨를 닮아서『비가 온다』고 할 것을『강우활동이 있다』라고 말하고, 대화도중에 강조할만한 대화에서는 많은 사람들이「크롱카이트」같이 어깨와 고개를 번쩍 치켜드는 몸짓이 몸에 배어들고 있다. 「크롱카이트·염」(「크롱카이티스」)이라는 묘한 병명은 그렇게 해서 생겼다.
신문독자만 해도 사건의 방관자로 견디었지만「텔레비전」은 그들을 참여자로 만들었다. 「텔레비전」을 통한 정보의 민주화로 하층 흑인사회까지 정부·학교, 그리고 교회에 도전하기에 이르고 대학생들은 총장실을 점령하고, 「텔레비전」영상을 의식할 때마다 그들의 반체제운동은 한층 거칠어졌다.
「런던」의 비쩍 마른「패션·모델」「튀기」양은 1년이 못되는 동안에 세계의 영웅이 되었다. 「튀기」식 눈썹·「매니큐어」·향수·의복들이 쏟아져 나왔다.

<"인간은 TV의 노예인가">
「튀기」는「텔리비젼」이 하룻밤 사이에 만들어내는 즉석 영웅의「모델」이다. 이런 현상은 서민들의 직업윤리를 바꾸고 있다. 착실히 일하여 출세의 사다리를 오르는 전통적인 직업관이 흔들린 것이다. 「아도르노」와「마르쿠제」는 이제 인간들은 TV의 조작에 조건반사를 일으킬 만큼 TV의 노예가 됐다고 비판했다. 「앨리스태어·쿠크」는 TV 화면과 신문과「페이퍼·밴」책들에서 쏟아지는 정보의 홍수가 인간을 무감각하게 만들어서 끝내는『빵과「서커스」』를 위하여 자유를 포기할 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TV 문화 옹호자들은「텔레비전」이 유행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뒤따라간다고 주장하고 남부의 백인들이 흑인들에 대한 고집스런 태도를 완화한 것이나「크리스천」들이 유대인들에 대한 편견을 바로잡은 것도 TV의 영향이라고 주장한다.
TV의 성과에 대한 시비는 앞으로 오랫동안 계속될 것이다. 그러는 동안에도 어린이들은 TV를 통해서「코카·콜라」와「펩시·콜라」의 맛을 분별하는 방법을 배울 것이고 성인들은 질척한 연속「멜러드라머」를 보며 성장에의 시련을 외면하며 늙어갈 것이다. <김영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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