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네 번째 '철수(撤收) 정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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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공동대표가 8일 국회에서 기초선거 무공천 문제 보고를 위해 의원총회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여론조사 50% + 당원투표 50%’ 방식으로 무공천 철회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김경빈 기자]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가 8일 기초선거 정당 무공천 방침을 재검토하기로 했다.

 안 대표는 이날 김한길 공동대표와 기자회견을 하고 기초선거에서 무공천을 할지 여부를 국민여론조사(50%)와 전(全)당원투표(50%)를 해서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제 소신과 원칙이 중요해도 국민과 당원보다 우선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국민과 당원들의 뜻을 물어 그 결과를 따르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26일 무공천을 통합 명분으로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한 지 13일 만이다. 안 대표는 그간 “잠시 살고 영원히 죽는 대신, 잠시 죽더라도 영원히 사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창당대회 공동대표 수락연설)면서 당내의 무공천 철회 요구를 거부해 왔다. 그러나 당내 반발이 계속되자 박근혜 대통령의 회동 요청 거부 하루 만에 ‘여론조사+당원투표’ 카드를 빼들었다. 2011년 서울시장 후보 양보, 2012년 11월 대선후보직 사퇴에 이어 기초선거 무공천을 고수한다는 입장에서 다시 물러남에 따라 네 번째 ‘철수(撤收)정치’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안 대표는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저의 정치생명을 걸고 (당원투표와 여론조사에서 무공천을) 관철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당직자는 “내부적으로 조사해 보면 일반 국민은 무공천을 해야 한다는 응답이 많다”며 “당원투표도 표본이 크기 때문에 일반 국민과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결과는 미지수다. 지난 1일 한백리서치연구소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 때는 ‘무공천’ 지지 여론(47.8%)이 ‘공천 폐지 철회’(28.9%) 여론보다 우세했으나 리서치뷰의 4~5일 조사에선 ‘무공천 철회’(39.7%) 답변이 ‘무공천’(32.6%)보다 높았다. 지난달 27일 리서치뷰가 새정치연합 소속 기초의원과 대의원 3000여 명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선 ‘무공천 철회’(58.7%)가 ‘무공천 찬성’(36.8%)보다 훨씬 많았다.

 국민여론조사와 당원투표는 9일 실시돼 10일께 발표할 예정이다. 여론조사는 두 개 기관이 새정치연합 지지자와 무당층을 상대로 각각 1000명씩 실시하며, 당원투표는 지난 1년 동안 한 차례 이상 당비를 납부한 36만~37만여 명의 권리당원을 상대로 ARS를 통한 전화설문 방식으로 진행된다.

 새누리당은 안 대표가 ‘무공천 출구전략’을 찾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문종 사무총장은 “안 대표는 기초공천 폐지와 철수, 말 바꾸기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했다. 무공천을 취소하게 될 경우 안 대표의 정치적 책임론이 불거질 수도 있다.

글=채병건 기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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