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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교포 신호 대「대구털보」|학교 앞길 골라 안전등교 도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일급차례의 전과를 지닌 청년이 구호양곡으로 끼니를 이어가면서 매일 번잡한 거리에 나와 교통정리를 함으로써 어두웠던 과거를 씻고 있다.
등교학생들로부터 「인간신호등」으로 불리고 있는 이 교통정리 원은 「대구의 털보」이부섭씨(37·시내 남구대명동8구1985). 이씨는 15세 때 어머니를 여의고 중병으로 앓아 누웠던 아버지 마저 잃고 고아가 됐다. 아버지의 약값 때문에 집도 없이 혼자가 된 이씨는 단란한 가정을 잃은 후부터 비뚤어진 생활에 빠져들었다.
20년 전 17세 때 대구주변유원지인 동화사에서 양담배 50갑을 팔다가 적발, 형을 치른 것이 첫 전과.
그로부터 72년7월27일 대전교도소에서 출감할 때까지 절도·강도·군무이탈 등 죄목으로 일곱 번이나 교도소문을 드나들었다.
출감당시 아무도 반길 사람이 없다고 생각한 이씨는 형무소 문 앞에서 남영 교회(대구시 남구대명동)김정우목사(39)의 따뜻한 영접을 받았다. 김 목사는 이씨가 형기를 치르고 있을 때 가끔 찾아와 신앙심을 심어주던 분.
이씨의 생활 태도는 김목사의 지도로 달라졌다.
어두웠던 과거를 보상 할 수 있는 사회봉사를 하기로 결심한 이씨는 73년5월 대구시내에서 교통경찰의 손이 미치지 않는 곳을 골라 교통정리를 시작했다.
어린 동심들을 달리는 흉기로부터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에서 있다. 이씨는 학생들의 등·하교길인 대구시 동성노·역전광장·대명「로터리」일대·원대5거리·달성공원 앞 네거리·중앙동일대 등 시 중심 가와 학교가 많은 변두리 지역을 온종일 뛰어다니며 교통정리에 열성을 쏟았다. 새벽6시 일어나 하오8시까지 전 구역을 비가 오나 눈이오나 모두 돌고 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이씨는 교통정리에 나선 후부터 집 잃은 어린이를 부모 품에게 찾아주기도 하고 도둑을 5번이나 잡아 경찰에 넘기기도 했다.
이씨는 매달 동사무소에서 주는 밀가루 한 부대로 처·아들·처제 등 4식구의 끼니를 겨우 이어가지만 생활에 보람을 느낀다고 자랑스레 말한다.
이씨의 이 같은 선행이 알러지자 「버스」회사와 각 급 학교들은 이씨에게 제복을 맞추어 주거나 성금을 보냈으며 대구남부경찰서도 감사장을 주고 격려해 주었다.
이씨는『앞으로 보다 보람찬 생활 속에 사회에 계속 봉사할 것이며 대구시내를 교통사고 없는 명랑한 도시로 만드는데 작은 힘이나마 바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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