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학여행 금지 옳은가|교육전문가들 의견을 들어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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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울의 인구집중을 막기 위해 지방학생들의 서울수학여행을 막는다고 한다. 최근 당국이 『지방학생 서울수학여행규제안』을 마련한다는 소식을 듣고 대부분의 교육계 인사들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수학여행을 막는 것이 인구분산에 도움이 될는지 의심스럽고, 설사 그렇다 해도 교육적 견지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교육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해본다.

<지방학생 격리는 무의미>
서울대 정원식 교수(교육학)는 우선 이런 조처를 『믿을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어린이들의 수학여행과 인구분산이 연관을 갖고 있다고 보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또 연관이 있다해도 그건 생각은 중요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정교수는 지적한다. 첫째 지방학생들이 서울에 와보고 도시를 동경한다 해도 그들을 서울에서 완전히 격리시킬 수는 없다는 것이다. 설사 초·중·고교 때 서울에 와보지 않아도 결국 서울에 올 기회는 있을 것이며 그 때의 충격은 오히려 더 클 것이라는 이야기다.
둘째 수학여행은 어린이에게 국가적 자부심을 길러주는 기회도 되는 것인데 여행을 금지시키면 국가적인 일치감이나 나라에 대한 자부심을 줄이는 결과가 되지 않겠느냐는 것.
모든 일에는 부작용이 뒤따를 수 있으나 그렇다고 그 일을 근본적으로 봉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정교수는 강조한다.

<호기심 억누를 수 없다>
고대의 왕기항 교수(교육학)도 수학여행금지가 인구분산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벽지학생들이 대도시에서 배울 점이 있다면 마땅히 서울을 구경시켜야할 것이라고 말한다. 지방학생들이 서울에 대한 동경심을 가지고있는 것은 사실인데 억지로 그 호기심을 억제하는 것은 오히려 좋지 않다고 왕 교수는 말했다.
서울과 지방의 문화의 격차를 해소하는 근본적인 정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왕교수는 말한다.
한편 왕 교수는 지방학생들의 서울여행 때 가장 큰 문제점은 지방학생들 사이의 빈부격차라고 지적한다. 일부학생은 서울여행을 떠나는데 경비를 마련 못해 떠나지 못하는 어린 학생들의 가슴엔 큰 상처가 남는다는 것이다. 이럴 때는 굳이 서울로 여행을 올 것이 아니라 가까운 도시·산업시설·성역 등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리라고 왕 교수는 말한다.

<자매교 초청은 우정 길러>
서울 계성국민학교는 경기도 화성군 광성국민학교와 6년째 자매결연을 하고 격년제로 학생들을 초청해 왔다. 전하찬 교감은 벽지어린이들이 즐거워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면서 자매교초청은 서울과 지방학생들간의 우정을 길러주는 다리구실을 해준다고 말한다.
설사 도시인구집중을 초래한다 해도 교육적 차원에서 보면 결코 막을 수는 없는 일이라는 것이 전 교감의 의견이다. 지방과 서울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은 국민 전체의 유대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교 감은 조심스레 말한다. <지영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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