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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정에 얽매여 못하는 개선|위험 건널목은 줄지 않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철도청은 철도법상의 건널목규정만을 따져 현행 5종의 건널목을 6년 동안 한번도 재조정하지 않은 채 매년 3천만원 규모의 예산으로 유지 보수에만 손대고 있어 건널목 사고는 전혀 줄어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도상이 아닌 대도시근교의 지선 철도에는 많은 건널목에 서울 방학동 갈월건널목과 같이 운전사나 기관사의 시야를 가리는 장애물이 있어 건널목을 지날 때마다 지장이 많은 데도 철도청당국은 이에 대한 아무런 예방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 갈월건널목 사고를 계기로 25일 철도청이 집계한 건널목사고는 4월말 현재 50건 발생, 사망 13명, 부상 1백17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2건 발생, 사망 5명, 부상 68명에 비해 발생은 2건이 적었으나 인명피해는 2배 가량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또 최근 5년간의 건널목사고는 71년 1백7l건, 72년 1백78건, 73년 1백72건, 74년 1백36건, 75년 1백81건으로 74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동일한 사고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철도청이 최근 6년간 기존 건널목에 대한 보수유지관리에만 급급할 뿐 등급별 재조정을 거의 안 했고 또 건널목 개량사업도 국도나 수도권전철구간 등에만 치중한 나머지 시·도가 관리하는 지방도로나 지선철도에 대한 안전관리가 소홀한 때문으로 지적됐다.
이에 대해 철도청은 종류별 건널목조정은 차량 및 보행자·기타 열차 운행수를 환산하는 철도법규정에 따라야하며 건널목 개량(입체화)문제는 73년 2월 제정·공포된 「건널목개량촉진법에 따라 건설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철도청과 공동 부담토록 돼있어 예산이 모자라는 지방관서에서는 건널목개량에 손을 대지 못할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갈월건널목의 경우 철도청은 이곳의 하루 통행비중이 평균 1천1백9로 철도법상 3종 건널목 기준 2천9백에 미달, 4종으로 남아있었다고 설명했으나 인근 주민들은 학생들의 통학 등을 감안, 3종 건널목 기준을 적용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기도 의정부 시호원동 호암국교(교장·최철은·55)앞 교외선건널목은 경보기도 없이 위험표지판만 세워진데다 철로변 높이 2m쯤의 「블록」담이 시야를 가려 이곳을 지나는 국교생 1천8백여명 등 인근주민 3천여명들을 항상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학교측은 74년 4월 철도청과 관할 의정부교육청에 『위험신호등이라도 설치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3백50여만원의 설치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방치돼 있는 것.
서울도봉구 공릉동 263의7 서울여대입구 경춘선건널목은 철길가에 심어 놓은 가로수 때문에 열차가 항상 경적을 울려 인근주민들의 밤잠을 설치게 한다.
이곳은 강원도에서 석탄을 수송하는 화물차량과 여객열차들이 30분 간격으로 통과하고 있으며 인근주민 1천5백여명이 건널목을 이용하고 있다.
인근 공릉상회주인 김귀성씨(62)는 『지난해 가을 고등학생 1명이 자전거를 타고 가다 열차에 치여 숨진 적도 있었다』며 경보기라도 설치해 줄 것을 바랐다.
이곳에서 50여m쯤 떨어진 양평상회(주인 이근재·57)앞 건널목도 마찬가지.
철로변의 무성한 가로수 때문에 행인과 차량이 열차의 통과를 알아차리기 힘든 곳.
19명의 목숨을 앗아간 방학동 갈월건널목 부근은 가로수와 철로변·공지녹화림이 무성했으나 관계당국은 사고가 나자 50여그루를 베거나 뿌리째 뽑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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