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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뇌졸중 예방치료 제대로 못해"

온라인 중앙일보

입력


뇌졸중은 시간을 다투는 질환이다. 응급치료가 조금만 늦어도 뇌손상으로 행동·언어·인지 능력 장애 같은 치명적인 후유증을 앓을 수 있다. 제대로 걷지 못하거나 말을 더듬는 식이다. 인지기능도 떨어진다.

사망 위험도 높다. 2012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사망원인 통계에 따르면 뇌졸중은 암·심장질환에 이어 사망원인 3위에 이름을 올렸다.

뇌졸중은 뇌에 있는 혈관이 갑자기 막히거나 터지면서 생긴다. 뇌혈관에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으면1분당 190만개 가량의 뇌세포가 죽는다. 한 번 죽은 뇌세포는 되살리기 어렵다. 처음부터 뇌졸중 예방이 중요한 이유다. 지난달 28일 서울성모병원 신경과 구자성 교수(사진)을 만나 뇌졸중의 위험성과 예방법에 대해 들었다.

- 뇌졸중 예방이 중요한 이유는.

“언제·어떻게 뇌졸중이 발생할지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여기다 치료시기를 놓치면 심각한 후유증으로 삶의 질이 떨어진다. 실제 뇌졸중 발병 후 3개월 이내 장애가 나타나는 비율은 40%에 이른다.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감각이 둔해지거나 갑자기 망치로 맞은 듯 머리가 심하게 아프다면 뇌졸중을 의심한다. 이럴 땐 가급적 빨리 병원을 찾는다. 뇌졸중 의심증상이 나타난지 5시간 이내 응급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말은 쉽지만 현실에서 이 시간을 지키기 힘들다. 병원에 도착해도 치료 전에 검사 등 준비시간을 고려하면 2~3시간 안에 도착해야 한다. 응급시스템이 아무리 잘 됐어도 이 시간을 지키는 비율은 고작 20%다. 나머지 80%는 더 악화되지 않도록 방지할 뿐이다. 사람마다 적절한 시간도 모두 다르다. 빨리 병원에 도착했어도 이미 뇌조직이 손상된 경우도 있다.

경제적 부담도 크다. 2009년 예방의학회지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뇌졸중 환자의 연간 사회경제적 비용은 3조 7370억원이다. 직접 치료에 사용한 비용은 1조 1300억여 원이다. 하지만 간병비·작업손실비용 등 간접인 지출에 사용된 비용은 이보다 2배 정도 많은 2조 6068억여 원이다.

만일 뇌졸중 발병 위험이 높다면 예방치료에 신경써야 한다.”


- 뇌졸중 예방은 어떻게 하나.

“혈관 곳곳을 돌아다니는 피떡(혈전)이 만들어지는 것을 억제한다. 끈적끈적해진 혈액을 묽게 만드는 약을 먹는다. 뇌졸중 환자 10~15%는 심방세동·동맥경화·심근경색·심장판막질환 등 심장 관련 질환으로 발생한다. 특히 심장을 움직이는 발전소인 심방세동에 문제가 생기면 혈전이 많이 만들어진다. 심방세동 환자는 일반인보다 뇌졸중 발생 위험이 5배 이상 높다는 보고도 있다. 같은 뇌졸중이어도 사망률·후유증 발생률이 2배 정도 높다.

지금까지는 와파린이라는 약을 복용했다. 하지만 너무 피를 묽게해 출혈 위험이 높아 지켜야 할 것들이 많다. 시간에 맞춰 약을 먹고 음식도 가려 먹어야 한다. 정기적으로 혈액검사도 받아야 한다. 컨디션에 따라 약효가 달라져서다. 최근엔 이를 보완한 신약이 나왔다. 엘리퀴스(BMS·화이자) 등이 대표적이다.”

- 뇌졸중으로 삶의 질이 떨어지는 사람은 늘었는데.

“아이러니하다. 의학이 발달하면 뇌졸중으로 사망하는 비율이 크게 줄었다. 여러 질환중 뇌졸중으로 병원에서 사망하는 비율이 가장 낮다. 그만큼 국내 의학 수준이 높아졌다는 의미다.

그런데 예상하지 못한 일이 나타났다. 뇌졸중은 후유증 관리가 까다롭다. 초기 치료를 잘 해도 이후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병원에서 퇴원할 때는 혼자 걸어나갔는데, 6개월 후 다시 병원을 찾을 때는 휠체어를 타고 들어오는 식이다. 같은 뇌졸중 환자라도 환자마다 느끼는 삶의 질이 정도가 다른 이유다. 뇌졸중은 한 번 악화되면 다시 이전 상태로 되돌리기 쉽지 않다.

뇌졸중 예방 치료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방치료만 철저히 했다면 뇌졸중으로 삶의 질이 떨어지는 거동장애 환자 상당수를 줄일 수 있다.”

- 사실 와파린 복용이 힘들다는 사람이 많다.

“뇌졸중 예방치료는 약효 예측가능성이 중요하다. 약효가 너무 쎄면 출혈로 사망 위험이 높다. 반대로 약효가 낮으면 예방효과가 없다.

지금까지는 와파린으로 뇌졸중을 예방했다. 그런데 이 약은 치료효과 예측이 너무 힘들다. 약효에 영향을 주는 요인이 너무 많아서다. 대표적인 것이 '비타민K'다. 와파린과 비타민K는 서로 상극이다. 혈액을 응고하는 비타민K와 달리 와파린은 이를 묽게 만들어서다. 비타민K가 많으면 뇌졸중 예방 약효가 떨어진다.

비타민K는 브로콜리·콩·청국장 ·시금치·양배추 등 채소에 다량 함유하고 있다. 흔히 알려진 건강식품이다. 비타민K 섭취를 조절하라고 조언하면 먹을 것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미국·캐나다·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5개 국가에서 와파린으로 뇌졸중 예방치료를 받은 환자를 대상으로 혈액조절 정도를 평가했다. 그 결과 적정 범위에 있는 환자는 50~60% 수준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약효가 없다는 의미다.

뇌졸중 예방치료 지속성도 떨어진다. 2011년 심장학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와파린 복용 1년만에 출혈·환자 거부·약 복용 불편성 등을 이유로 치료를 중단한 경우가 40%에 달했다. 와파린 대신 아스피린 등 다른 약을 복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뇌졸중 예방효과가 떨어진다. 대한뇌졸중학회도 치료지침을 통해 뇌졸중 고위험군은 와파린 치료가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유럽·미국·캐나다 등도 마찬가지다.

요즘엔 음식 제한이 없는 신약이 나왔다. 하지만 건강 보험문제로 실제 치료 현장에서 이를 사용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처방해도 보험급여로 인정되는 경우가 제한적이어서다. 농담으로 뇌졸중 예방신약을 10번 처방하면 9번은 삭감된다. 뇌졸중 예방치료 효과는 떨어진다. 있어도 없는 약이나 다름 없는 셈이다.”

- 뇌졸중 예방 신약 치료 효과는.

“엘리퀴스 등 신약은 와파린보다 뇌졸중 예방효과는 물론 안전성이 뛰어나다. 음식 제한이 없어 복약 편의성도 높다.

엘리퀴스를 와파린과 비교한 임상결과 뇌졸중·전신색전증 위험을 21% 줄었다. 그만큼 뇌졸중 예방효과가 높아진다. 구체적으로 치명적·장애성 뇌졸중 위험은 29% 줄였다. 출혈성 뇌졸중은 49%, 두개내 출혈위험은 58% 감소했다.

안전성도 뛰어나다. 주요 출혈 발생위험이 와파린 대비 31% 줄었다. 전체적인 사망률도 11% 감소했다. 이 임상연구는 전세계 40개 국가에서 1만 8201명을 대상으로 엘리퀴스를 하루 두회 복용하도록 한 임상결과다. 와파린은 좋은 약이다. 하지만 이제는 없어져야 할 약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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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뇌졸중 예방치료 제대로 못해” [2014/04/07] 

권선미 기자 byjun3005@joongang.co.kr <저작권자 ⓒ 중앙일보헬스미디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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