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편익 위주의 행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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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앞으로 행정개선의 방향을 국민 편익 위주로 실점했다는 것이다.
21일의 행정 개선 작업 관계관 회의에서 이 감사원장은 관보다는 민 위주, 상급관청 보다는 하급관청 위주의 행정, 그리고 통제 조정보다는 지원위주의 중앙 및 일선 행정기관간의 관계 설정을 강조했다.
이는 우리 행정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적절히 설정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1년간 서정쇄신의 결과 일선 민원창구의 눈에 띄는 부조리는 무척 시정되었으나 공무원의 봉사자세는 크게 나아지질 못했다.
지방 행정에 관한 최근의 몇 가지 보도는 이러한 현실을 잘 보여 준다.
납기 안에 재산세와 자동차세를 지정된 금융기관에 납부한 많은 시민들에게 독촉장이 발부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납기 안에 납세한 시민도 구청에 출두해 납기 내 납부를 거증해야만 하게 되었다. 더우기 납부한 금융기관과 구청간에 착오가 시정되지 않으면 시민이 몇 차례씩 관청에 재출두하는 번잡을 겪게된다.
또 서울 시청이 체비지를 주택용지로 매각해 놓은 뒤에 이를 학교 용지로 바꾸는 통에, 관청을 믿고 땅을 산 사람들에게 피해를 준 경우도 있다. 행정의 착오와 잘못이 죄 없는 국민들의 불편과 피해로 전가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바로 행정이 국민의 사익 위주로 되지 않고 관의 편의에 흐르고 있다는 증거라 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행정기관 내의 착오는 어디까지나 행정기관 스스로가 시정해야 하고, 도시 계획을 잘못했으면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행정 책임자가 책임지지 않으면 안될 일이다.
공무원이 국민에게 봉사하고, 행정은 국민의 편익 위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민주 행정의 원리는 오래 전부터 강조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원리가 현실화하지 못한 것은 그 전개가 될 공무원의 의식구조의 혁신과 행동이 따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어느 의미에선 지나친 행정 의존적 태도와 행정권의 강화 경향이 공무원들의 타성적인 관료주의적 성향을 조장한 면도 없지 않다. 따라서 국민위주의 행정이 이룩되기 위해선 공무원의 대민 의식구조를 개선하는 노력과 함께 행정의 지도·통제 영역을 줄여 민간의 자율적 영역을 신장하는 장기적 정책노력이 기울여져야 한다.
복잡한 현대 사회에서 국민이 자주 관청을 출입해야 한다는 것은 불편한 일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행정의 통제 영역이 넓으면 국민의 불편한 관청 출입 빈도가 줄어들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행정이 국민의 편익 위주로 운영되려면 민간에 대한 행정의 지도·통제영역을 축소하는 것이 가장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렇게 행정의 지도·통제 영역이 축소되는 것만으로도 공무원의 국민에 대한 권위주의적 태도를 상당히 억제하는 효과를 거둘 것이다.
이번 정부의 행정 개선 노력은 여느 때와는 달리 서정쇄신의 일환으로 강력히 추진되리라 기대된다. 이 기회에 관청과 국민간에 보이지 않는 벽이 사라지는 행정의 일대 쇄신이 이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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