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엥」화의 국제화 구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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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일본 경제가 구미 경제와 거의 어깨를 겨눔에 따라 「엔」화의 국제화 문제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 일본 경제가 선진 대열에 낀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엥」화는 미국의 「달러」나 영국의 「파운드」대와 같은 대우는 못 받고 있다.
미국은 「달러」가 아직도 기축 통화의 역할을 하기 때문에 수출입 결제에 있어 완전히 자국 통화를 주고받고 하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영국만 해도 수출의 85%·수입의 90%를 「파운드」로 거래하고 있다. 서독 「마르크」는 약간 떨어져 수출의 70%·수입의 40∼50%를, 「프랑스」「프랑」은 수출의 60%·수입의 30%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엥」화는 수출에 있어선 15∼20%·수입의 2∼3%만 이용되고 있을 뿐이다. 일본 경제는 크게 성장했지만 아직도 국제 사회에서 일본「엥」화는 공인을 못 받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일본에서 수입을 하려면 영미와 같이 자국 통화로 하는 것이 아니라 미 「달러」나 영국의「파운드」로 바꾸어야 한다. 해외 여행도 마찬가지다. 미국인이나 영국인이 해외에 가려면 자국의 통화를 갖고 나가면 그만이지만 일본인들은 「엥」화 만으론 안 된다. 더러 일본 「엥」화를 받는데도 있지만 역시 「달러」나 「파운드」를 갖고 가야 안심이 된다.
또 각국이 외화 보유 자산으로 「달러」나 「파운드」·「마르크」는 보유해도 「엥」화는 아직 가지려 하지 않는다. 「엥」화의 국제화는 쉽게 말해서 「엥」화가 대내외적으로 제약 없이 활용될 수 있게 하는 「엥」화의 자유화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엥」 화의 국제화에 장애가 되고 있는 것은 「엥」화의 대외 거래에 대해, 일본 스스로가 엄격한 통제를 풀지 않고 있다는 것과 해외에서 아직 일본 「엥」화에 대해 완전한 신임을 안주고 있다는 데에 기인한다. 일본은 외환 관리를 매우 심하게 통제하여 특별한 허가를 받지 않는 한「엥」화를 외환으로 쉽게 바꾸어 주지 않는다. 또 최근에 상당히 자유화되기는 했지만 자본 거래 특히 단기 자본의 거래에 있어서 규제가 심하다. 외자가 자유롭게 도입되면 일본 국내의 통화가 증발된다든지 하는 영향이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외자의「엥」전환은 금지되어 있다.
또 비거주자 예를 들어 외국인의 금융 활동도 정부의 엄격한 관리 아래 있다. 이러한 엄격한 규제 아래선 「엥」화의 국제화가 되려야 될 수 없고 일본의 외환 금융 시장은 세계 시장과는 고립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엥」화의 고립은 통화 파동 등 세계 경제의 충격이 일본에 즉각 파급되는 것을 다소 완화할 수 있다는 이점은 있으나 이와 병행하여 불리한 점도 많다.
우선 무역 거래 등을 「엥」화 아닌 외화 기준으로 해야 하기 때문에 일본의 무역업자는 항상 환율에 대한 「리스크」를 부담해야 한다. 또 일본은 수출입을 「엥」화로 하는 것보다 더 많은 외화 준비가 필요하다. 「엥」화가 국제적으로 자유롭게 거래되면 외국의 수입업자는 「엥」화를 계속적으로 보유하게 될 것이므로 수입이나 대외 지불을 위해 외화가 훨씬 덜 필요할 것이다. 또 무역 금융에 있어서 과도한 외화 의존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지금은 주로 「달러」기준으로 해외 단기 시장에서 돈을 빌어다 쓰는데 「엥」화가 국제화되면 「엥」화 기준의 무역 금융이 내외로 분산될 수 있는 것이다. 「엥」화 국제와의 또 하나의 이점은 동경 외환시장을 「뉴요크」나 「런던」과 같이 국제 금융시장으로 키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엥」화의 국제화가 논의되고 있지만 일단 「엥」화가 국제화되면 「엥」화의 거래에 따른 여러 제약을 없애는 것이므로 국제적 영향이 일본 국내에 그대로 파급되고 그 충격도 그만큼 크다는 불잇점도 있다.
그러나 일본 경제가 어차피 명실 겸전한 선진 대열에 서려면 「엥」화의 국제화는 언젠가는 치러야 할 홍역인 것 같다. 【일본 경제신문=본사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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