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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 차량 사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고속 「버스」참사가 또 일어났다.
끔찍스럽게도 23명의 사망자와 25명의 중경상자를 낸 18일 밤의 이 사고도 결국 고속도로 운행 차량들이 안전 운전 수칙을 완전히 무시한 무모에서 빚어진 부재 사임은 의심할 여지조차 없다.
경인 고속도로가 개통된 69년부터 작년까지의 7년 동안 고속도로 교통사고는 해마다 평균20%씩 늘어날 만큼 악화 일로에 있고 더우기 한번 났다 하면 대형화하기 마련이기는 하지만 운전기사 한 두 사람의 잘못으로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순식간에 죽고 다친대서야 어느 누가 안심하고 고속「버스」를 탈수 있을 것인가.
새삼 말할 나위도 없이 이번 사고의 근본적인 원인도 안전 수칙을 어긴 무리한 운행과 운전 부주의에 있다. 경찰의 최종적 사고 원인 규명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우선 트레일러」가 철판을 떨어뜨린 것 자체가 화물을 실을 때 주의 의무를 철저히 지키지 않았던 탓이라 하겠다.
하기야 빗길에 미끄러진 차체를 바로잡기 위해 급「커브」를 들었고 이 때문에 화물 적재 시엔 예상 못했던 진동과 충격으로 철판이 떨어졌으니 불가항력적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고 방지를 위해선 언제나 최악의 사태 발생을 예견하고 이에 빈틈없이 대비해야 한다. 또 빗길에 미끄러진 사실이 곧 운전 부주의를 뜻하는 것이 아닌가. 이른바 「하이드로·플레이닝」 현상을 제어하지 못할 만큼 과속으로 달렸기 때문이며 요컨대 안전 운전을 하지 않은 탓이라 하겠다.
도로공사의 집계에 따르면 75년도 사고 차량 3천2백95대 중 화물 차량이 2천2백95대로 71%를 차지하고, 사고 원인도 운전기사의 과로로 인한 졸음 운전이 1천15건, 적재 상태 불량과 과적으로 인한 저속 및 무리한 추월이 1백1건, 정비 불량이 2백54건이라고 하니 모두가 안전 운행 및 교통법규를 위반한 데서 생긴 사고임이 분명하다.
화물차의 무질서한 운행 사례 한가지만 든다면 생선이나 청과물 등을 같은 목적지까지 싣고 가는 경우, 서로 먼저 가기 위해 경쟁 차량을 앞지를 때마다 운전대 옆에 앉은 화주가 5백원 내지 천원의 「팁」을 주어 과속·추월을 독려한다니 이러고서도 사고가 안 난다면 도리어 이상하지 않겠는가.
한편, 이번 사고 고속 「버스」의 경우도 비나 눈이 오거나 밤에 유지해야 하는 안전 속도 80㎞이하와 앞차와의 안전 거리를 엄수했는지 의문이다. 고속「버스」사고 원인도 결국은 모두가 운전기사 과로·과속·전방 주시 부족·안전거리 불이행 등의 순서로 나타나고 있는데, 안전 운전 수칙만 엄수했더라면 이번에도 비극을 면했거나 피해 정도를 훨씬 줄일 수 있었을 것은 뻔하다.
특히 안타까운 사실은 승객들이 안전「벨트」를 매고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다.
외국의 한 조사 통계에 의하면 안전「벨트」는 교통 사고시 70%의 사망 사고와 70%의 부상 사고를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전복 사고 때의 2중 충돌, 측 차안에서의 충돌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번 사고의 경우도 안전「벨트」만 착용하고 있었더라면 사상자는 훨씬 적었을 게 틀림없다.
그런데도 어느 고속「버스」치고 안전「벨트」착용을 안내하는 일이 없고 고속관광「버스」는 아예 시설조차 안하고 있는 기막힌 형편이다. 운수 당국은 모든 고속「버스」및 관광「버스」회사에 안전「벨트」의 설치 및 착용을 의무화하도록 강력히 촉구해야 하겠다.
또 고장시 후방2, 3백m에 세우는 고장 차량 3각 표식판도 고속도로 진입 차량 중 40%밖에 없다니 고작 2천원 하는 이 표지만 휴대의 의무쯤은 반드시 이행해야 하지 않겠는가.
그밖에도 외국에 비해 형편없이 미비한 고속도로상의 제안전 시설을 하루속히 정비케 하여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에 더 큰 관심을 가져야 할 의무를 관계 공무원 및 도공측이 특히 통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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