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남실록-우남 실록편찬회 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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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굳이 「시대정신」이란 말을 쓰지 않더라도 각 시대는 그 시대 특유의 시련과 모순을 안고 있으며 해결해야 할 과제를 지니고 있는 법이다. 그러한 시련을 극복하면서 보다 나은 세계를 향해 나아간 노력의 결정이 바로 역사가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므로 역사적 인간의 삶은 항상 고달픈 것이었다. 그러나 땀과 눈물로 얼룩진 행동 속에서 적극적인 의미를 발견하지 않으면 안 된다. 역사란 군주나 소수 지도자의 연대기가 아니라 민중의 의지와 문화의 집적이라는 것이 일반적으로 수용되는 이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일반 이론에서 역사적으로 특출한 지도자의 역할이나 구체적 상황에서 그가 내린 판단이나 행동의 특성이 전혀 배제되는 것은 아닌 줄 안다.
작금 가혹한 일제의 식민지 통치 기간과 험난한 독립국가 건설의 과정에서 커다란 족적을 남긴 이승만 박사에 대하여 정치사적인 면에서 혹은 인간적인 측면에서 여러 가지 현실을 빌린 기술·평가 작업이 시도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한 것들은 우리들에게 대립과 갈등의 와중에 있는 시대를 살아가는 한 정치적 「패턴」을 여실히 나타내 주기도 했으나 그 중에는 간혹 감정과 편견에 얽매여 객관성을 잃은 느낌을 갖게 한 것도 없지 않았다.
우남 실록편찬회가 이번에 발간한 『우남실록』 제1권(1945∼1948년)은 해방 후의 복잡한 국내외 정세 속에서 이 박사가 「독립노선」을 걸어 정부 수립까지 이르게 된 과정을 사보자료 중심으로 비교적 엄정하게 기술하고 있다.
이 책은 이 박사를 개인적으로 예찬하려는 태도보다도 이 박사의 정치적 행동에 초점을 맞춘 해방에서 건국까지의 폭넓은 정치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 책은 6백여「페이지」거의 반의 분량을 자료편으로 할애하고 있어 당시의 상황을 이해하거나 연구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적지 않은 도움을 줄 것이라 믿는다. 【허정<전 대통령 직무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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