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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무인기 '날자'서체는 아래아 한글과 비슷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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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본지가 북한 창덕체①로 ‘기용날자’를 만들어 보니 ‘기’의 기역(ㄱ) 부분에서 아래로 삐쳐내려가는 부분이 파주 무인기 ‘기용날자’ 서체에 비해 둥글게 많이 말린다. 또 ‘ㅣ’ 획의 윗부분도 왼쪽으로 뚜렷하게 꺾여 있다. ‘용’에서도 창덕체는 윗부분의 이응(ㅇ)이 더 작다. ‘날’에서도 니은(ㄴ)과 받침 리을(ㄹ)에서 획이 꺾이는 부분마다 튀어나와 있다. 두 글자체를 비교하면 파주 무인기의 서체는 전체적으로 창덕체보다는 ‘아래아 한글②’에 가깝다는 의견이다.

파주에서 추락한 무인기 배터리에선 ‘날짜’의 북한식 표기가 들어간 ‘기용날자’(기용은 사용을 시작한다는 뜻)란 글자가 발견됐다.

 ‘기용날자’는 이번 국면에서 ‘스모킹건(smoking gun·연기 나는 총, 결정적 단서)’이다. 그런데 글씨체가 의아하다. 천안함 격추 어뢰 추진체에서 발견된 ‘1번’이란 글자와는 많이 다르다. ‘1번’은 손으로 쓴 것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기용날자’의 글자가 한국에서 사용하는 ‘아래아 한글’ 프로그램의 글자체와 비슷하다는 평가를 하고 있다.

 한편에선 북한에서 공식 문서에 사용하는 글자체인 ‘창덕체’와 비슷하다는 의견도 있다. ‘창덕체’는 북한에서 사용하는 워드프로세서 ‘창덕’에서 딴 이름이다. 관영언론인 노동신문 등이 창덕체를 쓴다. 지정된 단축키를 누르면 김일성·김정일 등의 이름만 굵은 큰 글씨체로 떠오르는 것으로 유명하다. 김일성 일가의 이름은 다른 글자보다 굵게 처리해야 한다는 규정 때문이다.

 중앙일보가 창덕체로 ‘기용날자’를 써봤다. 무인기 배터리의 ‘기용날자’와는 다소 다른 모양이다. 명지대 정보통신공학과 최창석 교수는 “무인기 리튬전지에서 나타난 ‘기용날자’의 글씨체와 ‘아래아 한글’, 두 서체가 매우 유사해보이는 것은 사실”이라며 “고도의 기술로 모방했을 수도 있다. 정밀한 분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국방부는 “최종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개별적 의혹에 답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아직까지 글자체는 미스터리로 남아있는 상태다.

 청와대 상공을 뚫고 청와대를 촬영한 점이나 비행경로, 지금까지 규명된 사실 등으로 볼 때 무인기를 북한이 보낸 것임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로 굳어지고 있다. 정밀감정 결과 ‘기용날자’가 ‘아래아 한글’이란 결론이 나온다면 결국 북한도 ‘아래아 한글’을 쓰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아래아 한글’ 프로그램이야 얼마든지 북한으로 넘어갈 수 있다. 한 탈북자는 “2000년대 이후 남북교류가 활발해지면서 북한 당국자들이 남한의 글씨체를 ‘세련됐다’며 많이 탐냈다”고 전하기도 했다.

정용수·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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