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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지도와 비행단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내무부는 「청소년의 달」인 5월 한달 동안 청소년 보호와 이들의 선도에 관련한 특별활동을 펼 계획이라고 한다.
청소년의 혹사·착취·학대행위를 비롯한 인권침해사범과 퇴폐·유해환경에 대한 강력한 단속을 통해 청소년을 보호하는 한편 학교·직장·경찰 등 관계기관사이에 「연락협의회」를 구성, 그 선도에도 나서리라는 것이다.
그러나 청소년 보호와 선도에 관련된 이 같은 특별 활동은 실상 「청소년의 달」에만 요청되는 것이 아니며, 또 어느 일부 정부 부서의 추진사항일 수만도 없다.
청소년의 비행이나 범죄가 수적으로 증가하고 있을 뿐 아니라 점차 흉포화·조직화하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사안의 중대성은 일시적이거나 피상적인 대응조처로써는 이미 감당할 수 없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청소년 문제는 국가의 미래와 관련된 중대한 사회문제임에도 불구하고 흔히 청소년 관계 관서나 단체의 대수롭지 않은 연례행사의 한 항목에 불과한 것처럼 인식돼 정책적 수준의 종합대책이 늘 결여돼 온 것이 사실이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극히 불안한 상태에서 현대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몸소 겪어야하는 청소년들이 좌절감에서 방황하거나 평균인적인 적응을 하지 못해 사회적인 문제아가 되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라 하겠으나 그렇다고 그것이 어느 나라에서건 사소한 문제일 수는 없는 것이다.
가족제도와 가족내의 인간관계 변화, 학교와 교육제도상의 결함으로 생기는 좌절과 불만, 또는 근로청소년 인구의 증가와 이들에 대한 비인간적인 처우의 비리, 소비문화가 주도하는 불건전한 사회풍조 속에서 보잘것없이 버려지고 짓밟히는 외로운 자기에 대한 인식 등이 사회·경제·문화적인 여러 모순과 결부되어 청소년을 병들게 하고 있음은 참으로 우리 시대의 공통된 고민인 것이다.
이런 현실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에서는 전체인구의 60%를 점하는 이들 24세까지의 청소년문제를 사회정책면에서도 그다지 중시 해오지 않았던 것이 숨길 수 없는 실정이다.
이는 다시 말해 중·고교에 재학중인 3백만명과 14세에서 19세에 이르는 근로청소년 2백만명 등 거의 모든 청소년들이 인생의 가장 위험한 한 시기를 특별한 국가적 보호나 선도의 배려도 없이 방치되고 있음을 뜻하는 것이다.
청소년 범죄자들의 가정환경을 보면 60년대 전반까지 만도 결손가정의 소년들이 그 과반수를 차지했던데 반해 75년에는 정상가정의 소년이 도리어 71%라는 높은 비율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가하면 불취학자보다 중·고학력 소년범죄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청소년 보호의 미흡을 여실히 설명하는 예일 것이다.
가정에서나 학교에서 청소년들은 어른들의 올바른 보호와 따뜻한 선도를 받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포자기나 반항 또는 그릇된 가치성향에 따라 문체를 일으킨다고 할 수 있다.
가정과 학교가 그렇거늘, 장차 직장에서 일하는 청소년들은 어떨 것인가. 이들은 대부분 견습공이나 비숙련공으로서 형편없는 임금을 받고 비인간적인 노동조건을 감수하고 견뎌야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일자리마저 구하기가 어려워 실업상태에 빠진 청소년들이 건전한 직업관을 배우지 못하고 범죄에 빠지는 것이다.
그렇건만 지금까지 우리에게는 청소년문제를 전문적으로 전담할 국가기구조차 아직 없다.
교육은 문교부, 복지문제는 보사부, 비위는 내무·법무·법원 하는 식으로 청소년 문제는 8개 부처가 분담하며 유명무명의 청소년단체만도 28개에 이르러 총괄적이고 능률적인 청소년지도 전담기구는 아직 없는 것이다.
그 때문에 가출 청소년이 가장 많고 따라서 청소년범죄가 폭주하는 봄철에 「청소년의 달」을 설정하고 연례적인 보호와 선도운동을 전개했어도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이 아니겠는가.
이번 「청소년의 달」을 맞으면서 이렇듯 타성에 빠진 행사위주를 탈피할 결의가 있어야겠다. 청소년 전담 국가기구의 설치를 포함하는 청소년 보호와 선도를 지속적인 것으로 하는 획기적 정책전환이 기대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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